(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국프로야구 팬들은 고영표(31·kt wiz)를 '고퀄스'라고 부른다.
고영표가 등판하는 날에는 최소한 퀄리티 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를 달성할 것이란 믿음이 담긴 별명이다.
'적장'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도 "고영표를 쉽게 생각하는 구단은 없을 것"이라며 "고영표가 등판하는 날에는 우리 선발이 고영표와 비슷한 이닝을 던져주길 기대한다"고 고영표를 'kt 에이스'로 인정했다.
1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의 방문 경기에서도 고영표는 자신의 별명에 어울리는 투구를 했다.
이날 고영표는 1∼3회까지 매 이닝 1점씩을 내줬다. 1점을 더 내주거나, 6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하면 QS는 달성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고영표는 4∼7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QS를 넘어 QS+(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까지 달성했다.
고영표는 7이닝 7피안타 3실점 역투로 시즌 5승(3패)째를 챙겼다. 이날 kt는 SSG를 7-3으로 눌렀다.
경기 뒤 만난 고영표는 "아직 감기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경기 초반에는 투구 중 기침까지 했다"고 털어놓으며 "팀 타선이 경기 초반에 점수를 뽑아주고, 야수들이 좋은 수비를 해준 덕에 나도 안정을 찾았다. 특히 중견수 배정대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1회에 최정 선배에게 홈런을 맞는 등 흔들렸는데 7회까지 던져 다행"이라며 "QS, QS+를 달성하는 건, 선발 투수들에게는 기분 좋은 일"이라고 활짝 웃었다.
고영표는 애초 11일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지만 감기 탓에 등판을 미뤘다.
아직 몸 상태가 100%는 아니지만, 고영표는 더는 등판을 미루지 않았다.
고영표는 "팀에 죄송했다. 최대한 빨리 마운드에 올라와 보탬이 되고 싶었다"며 "(6월 6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9일 만에 등판했는데, 다행히 롯데전도, 오늘도 팀이 이겼다. 다시 몸 상태를 끌어 올려 다음 등판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강철 kt 감독은 "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고영표가 초반 흔들렸지만, 이후 투구 밸런스를 잘 잡고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며 자기 역할을 다했다"며 "고생 많았다"고 고영표를 격려했다.
포수 장성우도 "고영표는 우리 팀 에이스다.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다시 돌아와 팀의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는 투구를 해줬다"고 반색했다.
고영표는 군 복무를 마친 뒤 kt에 복귀한 2021년부터 이날까지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QS(43회)를 거뒀다. 이 부문 2위는 데이비드 뷰캐넌(41회·삼성 라이온즈)이다.
팀 내에서는 이미 에이스로 불리고, 적장들도 이제는 주저하지 않고 고영표를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꼽는다. 고영표는 2021년 도쿄올림픽,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태극마크도 달았다.
고영표는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감사하고 기쁘다"며 "동시에 책임감도 느낀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3.34)이 높다. QS를 넘어 무실점 경기도 해내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