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받고도 2년 내내 출전…제대로 엇박자 낸 K리그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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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받고도 2년 내내 출전…제대로 엇박자 낸 K리그 행정

빅스포츠 0 609 2023.06.04 12:20

협회 규정상 집유 중 등록 불가…K리그 소속 선수, 선고 후에도 뛰어

구단·연맹·협회 '행정 엇박자'…기록 삭제 등 소급 조치는 어려워

2023시즌 K리그 엠블럼
2023시즌 K리그 엠블럼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병역 기피 논란 끝에 지난 1일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국가대표 출신 스트라이커 석현준은 당분간 그라운드 복귀가 어렵게 됐다.

대한축구협회 규정상 집행유예 기간에는 선수 등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트루아(프랑스)와 계약이 해지된 지난해 7월부터 몸담을 리그를 찾지 못한 석현준은 형이 확정된 시점부터 최소 2년을 더 뛰지 못하게 돼 선수 생활의 갈림길에 섰다.

이번에 석현준이 집행유예 선고에 따라 선수 자격을 잃는 과정을 본 축구 팬들은 K리그1 구단 소속 선수 A를 떠올리며 의구심이 들 법하다.

A는 2019년 8월 금고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 전해 운전 중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 차량과 충돌, 사상자를 낸 책임을 법원이 인정했다.

잘못을 시인하고 피해자 측에 꾸준히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 A는 선고 직후 프로축구 경기를 계속 소화했다.

4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실형이 아닌 만큼 A의 리그 출전에 무리가 없다고 봤다.

K리그
K리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맹 등록 규정에는 집행유예 선고 시 자격을 박탈하는 등 내용이 없다.

문제는 석현준에 적용된 협회의 '전문 선수 등록 조항'이 세미 프로인 K3, K4 리그뿐 아니라 프로축구 K리그1·2도 포괄한다는 점이다.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으면 해당 기간 등록 불가 대상으로 분류되는 건 프로 선수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A는 2019년 8월부터 2년간 선수 자격을 잃거나, 적어도 2020시즌을 앞두고 이뤄진 정기 등록에는 이름을 올릴 수 없을 터였다.

그런데 A는 선고일 이후 2019시즌 10경기를 더 뛰었다. 2020시즌 24경기에 출전했고, 집행유예가 끝나는 이듬해 8월 초까지 또 2021시즌의 23경기를 또 소화했다.

프로 선수 등록은 구단이 명단을 올리면 연맹이 2차, 협회가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3단 구조다.

이 세 주체 사이 제대로 엇박자가 났다.

자체 심사만으로 등록 여부를 정한 당시 연맹의 행정에는 상위 기관인 협회 규정에 저촉되는 바가 없는지를 적극적으로 따져봤는지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대한축구협회 로고
대한축구협회 로고

[대한축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런 규정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구단은 실책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연맹·협회가 해당 선수의 신분상 문제를 전혀 안내하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표한다.

이에 대해 협회는 등록 규정을 산하 조직이 선제적으로 알고 준수해야 할 '공지'라고 보고 있다. 더불어 모든 선수의 범죄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종 승인이 협회의 몫인 만큼 취합된 명단을 규정대로 심사·검토하려 최선을 다했는지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결국 2년간 문제 없이 뛴 A를 이제라도 '무자격 선수'로 본다면 어떤 조처를 해야 할지 문제가 따라온다.

연맹은 K리그 미등록을 포함, 특정 시점에서 경기 출전 자격이 없는 모든 선수를 무자격으로 규정한다.

이런 선수의 출전이 확인되고, 48시간 내 상대 팀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에는 소속팀의 0-3 몰수패를 인정한다.

이 시점이 넘으면 소급해서 조치하는 경기 규정은 별도로 없다.

문제가 된 기간 A의 기록을 없애는 조치도 쉽지 않다.

출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관련한 모든 기록이 영향을 받는다.

연맹 관계자는 "기록을 다 엎어버린다는 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당시 팀별 순위, 승패, 경기 결과, 선수 개인과 동료·상대 팀 선수의 기록 등이 모두 다 바뀌게 된다"고 밝혔다.

축구회관
축구회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실제로 연맹은 위조 여권을 통해 아시아쿼터 제도로 2016년 강원FC 유니폼을 입은 세르징요의 출전도 공식 기록으로 표기한다.

국적을 시리아로 속인 브라질 미드필더 세르징요는 가짜 여권을 쓴 사실이 들통나 2017년 4월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강제 추방됐다.

연맹은 세르징요에게 영구 등록 금지라는 사후 징계를 내렸지만, 강원에서 2016시즌 정규리그 19경기, 승강 플레이오프 2경기에 출전해 2도움을 기록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세르징요의 국적 위조 사실이 법원에서 최종 확인된 건 2017년이 넘어서다.

그가 무자격 선수로 공식적으로 간주된 이 시점에는 2016시즌이 이미 마무리된 탓에 생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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