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우규민(38·삼성 라이온즈)은 한국 프로야구 현역 잠수함 투수 중 최다 출장(719경기), 최다승(80승), 최다 세이브(90개) 기록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현역 잠수함 중 가장 많이 패배(85패)를 당한 투수이기도 하다.
경찰야구단에서 복무한 시절을 포함해 20년째 프로야구에서 뛰며 선발, 중간, 마무리를 모두 소화한 그는 잠수함 투수들에게 아낌 없이 '경험'을 전수한다.
자연스럽게 구단의 경계를 넘어 우규민은 KBO리그 잠수함 투수의 멘토가 됐다.
두산 베어스 잠수함 선발 최원준(29)은 "삼성과 경기가 있을 때마다 규민이 형을 찾는다. 형은 내게 멘털 코치 같은 선배"라고 말했다.
주중 3연전(23∼25일)에서도 둘은 짧게 만났다.
우규민은 "상담이 아닌 공유"라고 몸을 낮추며 "나는 후배들보다 빨리 프로 무대를 밟았고, 다행히 여러 보직을 경험했다. 후배들이 간접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줄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한다. 원준이가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고맙다"고 웃었다.
잠수함 투수의 무기 중 하나는 '낯섦'이다. 그만큼 잠수함 투수의 수는 많지 않다.
우규민과 잠수함 후배들은 동지애를 '동력'으로 삼고 있다.
우규민은 "아무래도 내가 사이드암 투수여서 잠수함 계열의 투수가 등장하면 더 눈여겨보게 된다. 그러다가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며 "야구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 나도 과거의 경험을 후배에게 전수하지만, 후배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한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후배들은 '맏형'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강조한다.
최원준은 "다른 팀이지만, 우규민 선배를 알게 돼 정말 다행이다. 심리적, 기술적으로 모두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우규민은 "예전에는 잠수함 투수가 더 적었다. 내가 묻고 싶어도 물을 수 없을 때가 많았다"며 "지금은 잠수함 투수가 늘었고, 서로 대화할 창구도 많아졌다. 나도 힘들 때 후배들에게 위로받고, 실질적인 조언도 구한다"고 몸을 낮췄다.
많은 후배가 우규민처럼 프로에서 오래 살아남는 잠수함 투수가 되길 바란다.
그러나 우규민은 "모두가 나를 뛰어넘었으면 좋겠다. 나도 후배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우규민은 "특히 최원준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 엄청난 선수다. '최원준만의 야구'를 완성해서 최원준이 이제 막 프로에 입단한 잠수함 투수, 아마추어에서 뛰는 잠수함 투수들의 멘토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우규민의 바람처럼 이미 최원준은 '우규민처럼' 후배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