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마치 불나방처럼 베이스를 향해 질주하던 피츠버그 파이리츠 배지환(24)의 발에 제동이 걸린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25일(한국시간) 배지환의 주루사를 집중 조명했다.
MLB닷컴은 "배지환은 자신에게 빠른 발이라는 무기가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걸 배우고 있다. 스피드를 사용하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지환은 2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3타수 2안타로 좋은 타격 감각을 보여줬지만, 두 차례 주루사로 팀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 번은 1루에서 견제사당했고, 나머지 한 번은 1루 주자로 있다가 후속 타자의 안타 때 2루에서 오버런으로 아웃됐다.
배지환은 2루를 거쳐 3루로 뛰다가 황급하게 다시 2루로 되돌아갔지만, 공은 먼저 베이스에 도착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데릭 셸턴 피츠버그 감독은 "지금은 무척 따끔하겠지만,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배워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어 "일단 3루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면 속력을 줄여서는 안 된다. 3루까지 계속 뛰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배지환은 오버런 아웃에 대해 "투아웃이라 3루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 아웃됐다"고 돌아봤다.
판단 착오로 인한 주루사만 문제가 아니다. 지나친 도루 욕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 배지환은 14차례 도루에 성공했지만, 5번이나 실패했다.
한때 메이저리그 전체 도루 1위였던 그는 이달 6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을 마지막으로 베이스를 훔치지 못하고 있다.
도루 실패 5번은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최다다.
셸턴 감독은 "조금 속도를 늦춰야 한다. 배지환은 지금 너무 빨리 가려고만 한다. 빠른 발을 가진 젊은 선수들은 기회를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만들어내려고 한다"면서 "그의 스피드는 진짜 무기지만, 함부로 쓰면 아웃만 만들어 낼 뿐"이라고 했다.
배지환은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 팀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 조금 지나쳤던 것 같다"며 "지금 가장 큰 숙제는 경기 상황을 읽고 빠른 발을 사용할 때와 쓰지 말아야 할 때를 아는 것"이라고 반성했다.
배지환은 25일 텍사스전은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가 8회 대주자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9회에는 중견수로 수비까지 소화했고, 타순이 돌아오지 않은 채 팀은 2-3으로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