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투수 최원준(29)이 뒤늦은 시즌 첫 승리를 따낸 1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은 '두산의 팀워크'를 실감할 수 있는 경기였다.
앞선 6경기에서 4번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와 3차례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로 호투하고도 3패만을 떠안았던 최원준은 6이닝 5피안타 3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학수고대하던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최원준의 호투를 앞세운 두산은 키움에 4-1로 승리하고 올 시즌 최장인 4연승을 달렸다.
최원준의 승리는 혼자만의 기쁨이 아니었다.
최원준에게 넉넉한 득점 지원을 해주지 못해 미안함을 느꼈던 두산 타자들은 한마음이 돼서 기뻐했다.
4회 결승 2점 홈런을 터트린 양석환은 경기 후 "사실 (내) 홈런보다 (최)원준이가 승리를 할 수 있어서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투수들이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게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감독 부임 후 첫 4연승을 맛본 이승엽 두산 감독도 연승보다는 "선발 최원준이 그동안 잘 던지고도 승리 투수와 인연이 없었는데 오늘 드디어 승리 투수가 돼서 기쁘다"고 말할 정도였다.
최원준은 자신의 시즌 첫 승리에 다들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에 진한 동료애를 느낀다.
최원준은 "형들이 너무 미안해했는데, 오히려 그게 너무 부담되지 않았나 싶다"면서 "형들이 '못 쳐서 미안하다'고 하니까 내가 더 미안했다. 점수를 안 줘야 하는 게 선발 투수의 임무 아닌가. 그게 잘 안돼서 타자를 더 조급하게 만든 거 같아서 미음이 쓰였다"고 했다.
주전 포수인 양의지는 최원준의 승리를 위해 볼 배합뿐만 아니라 작은 것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
최원준은 "제 경기에 나올 때마다 토시도 바꿔서 끼고, 미트 색깔도 바꿔서 들어왔다. 그래서 제가 더 미안했다"며 "의지 형이 '첫 승리 하면 잘 풀릴 것'이라며 밥도 많이 사주고 좋은 말도 많이 해주고 위로해주셔서 (승리 없던 기간이)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타자 선배들의 진심을 진하게 느낀 최원준의 시선은 선발진을 함께 지키는 후배 투수들에게 향한다.
두산 선발 로테이션을 도는 곽빈(24), 최승용(22), 김동주(21) 모두 최원준보다 후배다.
농담 삼아 "후배들이 워낙 잘 던져서 제 자리도 위태위태하다"고 말한 그는 "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언젠가 안 좋을 때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를 경험하다 보면 금방 치고 올라올 수 있다. 힘들 때 질문하면 언제든 답해줄 수 있을 정도로 (내) 마음이 열려 있다"고 했다.
허리 통증으로 잠시 전열을 이탈한 곽빈을 떠올리며 "우리 팀에서 외국인 투수처럼 던지고 있는 선수다. 어서 돌아와서 그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후배의 건강한 복귀를 바란 최원준은 "후배들을 잘 이끌어서 꼭 올해 (한국시리즈) 마지막 날까지 하고 싶다"고 토종 선발 최고참의 책임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