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유망한 주축 선수 2명과 미래 신인 지명권 여러 장을 전부 포기하면서까지 케빈 듀랜트를 데려온 미국프로농구(NBA) 피닉스 선스가 올 시즌에도 플레이오프(PO) 2회전에서 쓸쓸히 발길을 돌렸다.
피닉스는 1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풋프린트 센터에서 열린 덴버 너기츠와 2022-2023 NBA 서부 콘퍼런스 PO 2회전(7전 4승제) 6차전 홈 경기에서 100-125로 대패했다.
4차전까지 2승 2패로 균형을 맞췄다가 내리 2경기를 모두 진 피닉스는 이로써 2년 연속 PO 2회전에서 탈락했다.
피닉스는 지난 시즌에는 7경기를 모두 치르는 격전 끝에 루카 돈치치가 이끄는 댈러스 매버릭스에 밀렸는데, 마지막 7차전에서 90-123으로 무력하게 졌다.
2시즌 연속으로 마지막 경기에 25점 차 이상으로 대패한 것이다.
지난 2월 출혈을 감수하고 NBA 최고 공격수로 평가되는 듀랜트를 데려오는 '승부수'를 던진 게 결과적으로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당시 피닉스는 듀랜트 영입을 위해 팀 내 최고 유망주로 꼽힌 포워드 콤비 미칼 브리지스, 캐머런 존슨을 브루클린 네츠에 내줬다.
베테랑 포워드 재 크라우더도 트레이드에 포함돼 팀을 떠났다.
2023, 2025, 2027, 2029년 1라운드 신인 지명권 4장도 함께 보내면서 사실상 팀의 미래를 어느 정도 포기하는 대신 현재 상황에 집중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정규리그 때만 해도 미래를 희생한 게 납득될 정도로 당장 선수단 전력이 크게 강해진 듯했다.
크고 작은 부상에 많은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듀랜트가 뛴 8경기에서 모두 이기면서 피닉스의 위상도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PO 들어서도 1회전에서 로스앤젤레스(LA) 클리퍼스를 4승 1패로 꺾으며 순항했으나, 지난 2시즌 모두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쟁취한 니콜라 요키치가 이끄는 정규리그 서부 1위 덴버 앞에서 약점이 제대로 드러났다.
듀랜트의 합류에 따른 '벤치 경쟁력 약화'가 문제가 됐다.
피닉스가 6차전까지 올린 도합 646점 중 후보 선수들이 합작한 점수는 19% 수준인 129점에 불과했다.
특히 2차전(87-97 패)에는 전체 87점 중 벤치에서 나온 득점이 4점뿐이었다.
에이스 데빈 부커와 듀랜트에게 쏠리는 부담도 커졌다.
둘은 6차전까지 팀 득점의 56%를 책임졌다.
피닉스는 3, 4차전을 따냈는데 두 선수가 각각 86점·72점을 합작했다. 72점 이상 합작하지 못한 경우 모두 진 것이다.
부상 악재도 겹쳤다.
야전사령관으로 그간 팀을 이끌어온 크리스 폴이 갑작스러운 사타구니 부상으로 3차전부터 나서지 못했다.
2시즌 전 PO 2회전에서 덴버를 떨어뜨리는 데 선봉에 선 선수가 바로 폴이었다.
폴은 요키치가 발이 느리다는 점을 공략해 스크린을 통해 자신을 요키치가 수비하도록 강제했고, 매 경기 중거리 슛을 폭발하며 덴버를 울렸다.
당시 덴버를 상대로 4연승을 달리는 동안 폴은 평균 25.5점 10.3어시스트를 기록했고, 필드골 성공률(62.7%)은 무려 60%를 넘겼다.
그러나 이때보다 기량이 떨어진 폴은 이번 시즌 2회전에서는 출전한 2경기 평균 9.5점 5.5어시스트에 그쳤다.
그간 상대 에이스인 요키치의 전담 수비수로 나섰던 디안드레 에이턴 역시 갈비뼈에 통증을 느껴 마지막 6차전에 뛰지 못했다.
요키치는 에이턴이 없는 피닉스의 골밑을 공략하며 32점 12어시스트 10리바운드로 펄펄 날았다.
경기 후 허탈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의 마이크를 잡은 듀랜트는 "기분이 좋지 않다. (경기 내내) 정말 당황스러웠다"며 "우리는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덴버가 잘 훈련된 팀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