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선수들 이름 부른 최형우 "지금 느낌, 설명하기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9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문을 수상한 최형우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5.12.9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양)현종이, (고)종욱이, (김)선빈이, (김)태군이, (나)성범이…."
최형우(삼성 라이온즈)는 옛 동료가 된 KIA 타이거즈 선수들의 이름을 나열하다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감정을 추스른 최형우는 나지막하게 다시 KIA 선수들의 이름을 말했다.
최형우는 9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프로야구 지명타자 부문 수상자로 호명됐다.
1983년 12월 16일생 최형우는 41세 11개월 24일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골든글러브 수상 기록을 새로 썼다.
아울러 유효표 316표 중 309표를 얻으면서 이번 시상식 득표율 1위(97.8%)에도 올랐다.
여러 가지 영예를 안았으나 최형우는 기쁨의 감정보다 미안한 감정이 더 큰 듯했다.
단상에 오른 최형우는 2017년부터 8시즌 동안 함께 울고 웃었던 KIA 옛 동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읊으며 미안함을 표현했다.
최형우는 "너희들 모두 다 내게 고맙다고 (작별 인사를) 했는데, 아니야. 내가 그동안 더 고마웠어"라며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웃으며 만날 날이 올 거야"라고 전했다.
올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최형우는 지난 3일 삼성과 계약기간 2년, 인센티브를 포함한 총액 26억원에 계약했다.
2002년부터 2016년 11월까지 삼성에서 뛴 최형우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KIA에서 전성기를 이어간 뒤 9년 만에 다시 삼성으로 돌아갔다.
삼성과 도장 찍던 날 2시간 동안 울었다고 고백했던 최형우는 이날도 많은 감정이 교차한 듯했다.
최형우는 시상식 후 취재진과 만나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KIA 후배들의 이름을 다시 한명씩 불러주고 싶다"며 "지금 느낌은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9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문을 수상한 최형우가 이범호 감독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5.12.9 [email protected]
그는 마음속으로 느꼈던 깊은 감정을 밖으로 꺼내놓으면서도 새 시즌 야구장에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형우는 "난 매년 나이라는 단어와 싸우고 있다"며 "작년에도, 올해도 나이와 싸움에서 이겨냈기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삼성 팬은 내가 나이 먹고 돌아왔다고 걱정하시는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건강하게 몸 관리 잘해서 좋은 성적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세월이 지나도 실력을 유지하는 배경'을 묻는 말엔 "매일 경기가 끝나면 경기 성적과 기록은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노력한다"며 "매일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기에 버티는 힘을 이어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몇 살까지 골든글러브를 받고 싶나'라는 질문엔 "받고 싶은 생각이 없다"며 "그저 매일매일 주어지는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