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끝판 대장' 오승환(40·삼성 라이온즈)이 경기 끝이 아닌 처음에 등판했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해 한국(621경기)·미국(232경기)·일본프로야구(127경기)를 섭렵한 오승환이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프로 통산 19시즌, 980경기 만에 최초로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구위 저하로 마무리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온 오승환은 오래 던지며 투구 감각을 찾고자 정현욱 투수코치와 상의해 선발 등판에 도전했다.
경기 시작 때 오승환은 전광판에 펄럭이는 태극기 앞에서 울려 퍼지는 애국가를 들으며 눈을 감고 각오를 되새겼다.
늘 경기 마지막에 나오던 오승환이 마운드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장면은 무척이나 생소했다.
모든 선발 투수가 1회를 어려워하듯, 지난달 26일 이래 일주일 만에 등판한 오승환 역시 고전했다.
첫 타자 이정후를 공 3개 만에 투수 앞 땅볼로 요리한 오승환은 2번 박찬혁에게 밋밋한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맞았다.
이어 좌타자 김혜성에게 몸쪽에 휘어져 들어가는 컷 패스트볼 성 변화구를 던졌다가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올 시즌 3번째 피홈런이다.
애디슨 러셀에게 우중간 2루타를 거푸 내준 오승환은 이원석과 이형종을 각각 유격수 땅볼, 중견수 뜬공으로 요리하고 한숨을 돌렸다. 1회에 던진 공은 21개였다.
2회 임병욱과 김휘집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운 오승환은 이지영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이정후에게 속구를 얻어맞아 좌월 2루타를 헌납하고 또 1점을 줬다.
다만 2회 2사 후 박찬혁부터 5회 다시 박찬혁까지 3⅓이닝 동안 10명의 타자를 삼진 4개 포함 연속 범타로 돌려세우고 자존심을 지켰다.
오승환은 빠른 공, 슬라이더, 포크볼, 느린 커브 등 던질 수 있는 구종을 모두 던졌다.
오승환은 5이닝 동안 20타자를 상대로 73개를 던졌다. 홈런 1개 등 안타 5개를 맞고 삼진 6개를 솎아냈으며 3실점(3자책점) 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구속·구종 자료에 따르면, 오승환은 속구 34개, 커브 6개, 슬라이더 21개, 포크볼 12개를 뿌렸다.
속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9㎞를 찍었고, 가장 느린 커브(시속 117㎞)와 빠른 볼의 구속 차는 32㎞가 났다.
오승환은 프로에 들어와 야구 인생에서 가장 많은 이닝, 가장 많은 공을 던졌다. 또 최다 피안타와 최다 탈삼진은 타이기록을 냈다.
아울러 2012년 4월 12일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등판한 박찬호(전 한화 이글스·38세 9개월 13일)를 넘어 역대 KBO리그 최고령 첫 선발 등판(40세 9개월 18일) 기록도 갈아치웠다.
KBO 사무국의 자료를 보면, 구원으로만 나선 오승환의 종전 최다 투구 수는 본격적인 마무리로 활동하기 전에 남긴 59개(2005년 5월 26일 인천 SK 와이번스전), 최다 투구 이닝은 4이닝(2005년 7월 2일 현대 유니콘스전)이었다.
키움이 3-1로 앞선 6회초 최충연이 오승환의 배턴을 이어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