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GS칼텍스 실바 절대 의존 '몰빵 배구' 약일까 독일까(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근육 경련을 딛고 투혼을 발휘해 얻어낸 감동적 승리다' vs '특정 선수의 혹사로 따낸 상처뿐인 영광이다'
1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5-2026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GS칼텍스 경기에선 GS칼텍스가 '쿠바 특급' 지젤 실바(34·등록명 실바)를 앞세운 '몰빵 배구'로 값진 승리를 거뒀지만, 팬들 사이에선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실바가 올 시즌 남녀부 통틀어 최다인 49점을 폭발하며 풀세트 접전에서 극적인 3-2 역전승을 견인한 것.
그는 이 경기에서 후위공격 12개와 블로킹 7개, 서브 에이스 3개를 기록하며 올 시즌 자신의 2호 트리플크라운(한 경기 후위공격·블로킹·서브에이스 각 3개 이상)을 보너스로 받았다.
49득점은 역대 여자부 한 경기 최다 득점 공동 2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 부문 여자부 최다 기록은 2017-2018시즌이던 2017년 12월 5일 IBK기업은행 소속이던 매디슨 리쉘(등록명 메디)이 현대건설전에서 작성한 57득점이다.
실바의 한 경기 개인 최다 득점은 2024-2025시즌인 올해 2월 5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뽑은 55점이다. 실바는 55득점을 포함해 세 차례나 50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현대건설과 원정경기에 나선 실바는 감기 증세로 1세트에는 검은색 입마개를 쓴 채 코트에 나섰지만, 일단 경기가 시작되자 괴력을 발휘했다.
첫 세트를 현대건설에 내준 후 맞은 2세트에는 성공률 56.52%의 순도 높은 공격으로 혼자 15점을 쓸어 담으며 듀스 혈투 27-25 승리를 이끌었다.
후위공격 5개에 서브 에이스와 블로킹 1개씩을 곁들인 실바의 2세트 공격 점유율은 51.11%에 달했다. 혼자 절반 이상의 공격을 책임진 셈이다.
그는 세트 점수 1-2로 몰린 4세트에도 다시 현대건설 코트를 맹폭했다.
하지만 무리가 갔는지 4세트 17-16에선 코트에 주저앉으며 오른쪽 종아리 근육 경련을 호소했다.
간단한 치료를 받고 경기에 나선 그는 4세트에도 12점을 쏟아내며 25-18 승리에 앞장섰다.
세트 점수 2-2에서 맞은 최종 5세트는 말 그대로 '실바 타임'이었다.
실바는 결정적 순간마다 스파이크를 폭발하며 6득점으로 15-13 승리를 주도해 3-2 역전승의 마지막 조각을 맞췄다. 그의 5세트 공격 점유율은 62.5%까지 치솟았다.
그의 이날 최종 성적은 49득점에 공격 성공률 45.88%, 공격 점유율은 49.71%였다.
반면 GS칼텍스 선수 중 실바 외에 두 자릿수 득점은 한 명도 없었고, 권민지(9점)와 김미연(7점), 오세연(6점), 최유림(3점), 유서연, 김주향(이상 2점)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이날 경기에서 GS칼텍스의 몰빵 배구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좌우 쌍포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아시아 쿼터 레이나 도코쿠(등록명 레이나)가 무릎 통증 탓에 두 경기 연속 결장했던 것.
경기 후 이영택 GS칼텍스 감독은 "사실 실바가 오늘 감기 탓에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다. 4세트에는 오른쪽 종아리 근육 경련을 느꼈다. '정말 '대단하다'라는 말만 나온다"고 감탄했다.
실바도 "1세트 초반 감기 탓에 호흡에 문제가 있었다. 근육 경련이 일어나면 점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점프를 못 할 정도는 아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해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데도 50%에 육박하는 공격을 혼자 책임진 건 30대 중반의 실바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GS칼텍스로서도 정규리그 36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장기 레이스에서 실바가 자칫 부상에 발목을 잡힌다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GS칼텍스는 실바가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55점을 뽑으며 공격 점유율 51.21%를 기록했던 페퍼저축은행전에서 2-3으로 패한 적이 있다.
실바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몰빵 배구가 항상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만은 아닌 셈이다.
실바의 괴력쇼에 목을 매는 건 혹사 논란을 야기할 수 있고, 단조로운 공격 패턴으로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다.
실바가 위력적인 스파이크 쇼로 돌파한다고 해도 항상 통한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중앙의 미들 블로커와 측면 토종 공격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단조로운 공격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때 남자부 삼성화재가 '특급 공격수' 가빈 슈미트(등록명 가빈)를 앞세운 몰빵 배구로 절대 1강의 자리를 지켰지만, 동시에 '가빈화재'라는 비아냥을 들은 적이 있다.
실바의 괴력쇼에 힘입어 현대건설전에서 승리한 GS칼텍스가 '실바칼텍스'로 불리지 않고 공격 옵션 다변화로 봄배구 꿈을 이룰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