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리베라처럼…작별 예감한 폰세는 대전 흙을 챙겼다
(대전=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6회초 2사 1, 2루 한화 선발투수 폰세가 LG 문보경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친 뒤 포효하고 있다. 2025.10.29 [email protected]
(대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LG 트윈스가 2025년 프로야구 통합 우승을 달성한 순간, 한화 이글스 더그아웃은 마치 썰물처럼 선수가 빠져나갔다.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선수는 올 시즌 한화 마운드를 지탱했던 오른팔 투수 코디 폰세였다.
미련이 남는지 LG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 준비하는 것을 한동안 지켜봤던 폰세는 한참이 지난 뒤에야 발걸음을 돌렸다.
에이스를 알아본 1루 쪽 관중석 한화 팬들의 환호에 가볍게 모자를 벗어 답례한 폰세는 라커룸을 향해 쓸쓸하게 돌아갔다.
폰세의 이름을 연호하는 한화 팬들의 목소리는 LG 우승을 축하하는 장내 아나운서의 말소리에 금세 묻혔고, 그렇게 44년 프로야구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영웅이 퇴장했다.
한화는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4로 패해 올해 정규시즌도, 가을야구도 2위로 마감했다.
이 과정에서 폰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대전=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6회초 2사 1, 2루 한화 폰세가 LG 문보경을 삼진아웃으로 처리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25.10.29 [email protected]
폰세는 정규시즌 29경기에서 17승 1패 180⅔이닝 평균자책점 1.89로 마운드를 지배했다.
삼진은 252개를 잡아내 KBO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수립했고, 승률 0.944까지 더해 외국인 선수 최초의 투수 4관왕에 올라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사실상 예약했다.
폰세의 마운드 지배력은 가을야구에도 이어졌다.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 1차전은 6이닝 7피안타 8탈삼진 6실점(5자책점)으로 예상치 못하게 고전했지만, 5차전에서는 5이닝 5피안타 9탈삼진 비자책 1실점으로 에이스다운 면모를 뽐냈다.
LG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6이닝 3피안타 6탈삼진 2실점으로 팀의 시리즈 유일한 승리에 밑거름을 뿌렸다.
그러나 폰세에게 더는 기회가 없었다.
5차전에서 승리해 잠실로 돌아가면 6차전 혹은 7차전에 등판할 수 있었지만, 한화는 1승 4패로 시리즈를 마감했다.
최근 KBO리그를 지배했던 외국인 투수는 대부분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대전=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 선발 투수 폰세가 역투하고 있다. 2025.10.29 [email protected]
시즌 내내 MLB 스카우트를 몰고 다녔던 폰세 역시 내년에는 MLB에서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
폰세는 한국, KBO리그, 그리고 대전과의 작별을 예감했는지 5차전이 끝난 뒤에는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그라운드의 흙을 주머니에 담았다.
이 장면은 불세출의 MLB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가 2013년 선수로 마지막 경기를 치르고 정성스럽게 마운드의 흙을 챙겼던 것을 떠올리게 했다.
일반적으로 그라운드의 흙을 기념으로 챙긴다는 건 작별을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고시엔 대회)가 끝나고 탈락 팀이 한신 고시엔 구장의 흙을 챙기는 게 전통이고, 미국에서는 철거한 구장의 흙을 병에 담아 팬들에게 판매하기도 한다.
7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에 복귀해 팬들에게 환희를 선사했던 한화 구단은 폰세가 떠날 경우 그 자리를 채우는 게 가장 큰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