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리즈 MVP 김현수 "2008년의 병살타, 나를 성장하게 했다"
한국시리즈 MVP 김현수 "2008년의 병살타, 나를 성장하게 했다" 
(대전=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3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LG 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5차전에서 LG 트윈스가 승리하며 우승,
 MVP를 호명 받은 LG 김현수가 기뻐하고 있다.
 2025.10.31 [email protected]
(대전=연합뉴스) 하남직 이대호 기자 = 김현수(37·LG 트윈스)는 '신고 선수 신화'를 썼지만, 꽤 오랫동안 '큰 경기에서 약한 선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하지만 2025년 가을, 김현수는 개인 첫 한국시리즈(KS)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가을 사나이'로 거듭났다.
LG는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프로야구 2025 KBO KS 5차전에서 한화 이글스를 4-1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구단 역대 네 번째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KS 5경기에서 17타수 9안타(타율 0.529), 1홈런, 5볼넷, 8타점으로 올린 김현수는 기자단 투표에서 총 유효 89표 중 61표(득표율 68.5%)를 받아 앤더스 톨허스트(14표), 박동원(10표), 문보경, 신민재(이상 2표)를 제치고 KS MVP에 올랐다.
그는 부상으로 기아자동차 전용 전기차 EV5를 받았다.
시상식이 끝난 뒤 만난 김현수는 "프로 20년 차인데, KS에서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좋은 성적을 내고 MVP도 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2006년 신고 선수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김현수는 2008년 타율 1위(0.357)에 오르며 '타격 기계'라는 별명을 얻었다.
 KBO리그 정규시즌 통산 타율은 0.312이고, 2016년과 2017년에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도 진출했다.
 
(대전=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3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시상식에서 통합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 김현수가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김현수는 5경기 17타수 9안타, 타율 0.529에 홈런 1개, 8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2025.10.31 [email protected]
그러나 한동안 가을만 되면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 고개를 숙이곤 했다.
2007년과 2008년 KS에서 극도로 부진했고, 팀(두산)은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특히 2008년 KS에서는 타율이 0.048(21타수 1안타)에 불과했고, 0-2로 뒤진 KS 5차전 9회말 1사 만루에서 투수 앞 병살타로 물러났다. 김현수의 병살타로 2008년 KBO리그 일정이 끝났다.
김현수는 오랫동안 당시 상처에 괴로워했다.
하지만, 2015년(두산), 2023년에 이어 2025년(이상 LG)에 KS 우승을 차지하면서 상처는 완전히 봉합됐다.
 김현수는 생애 첫 KS MVP에 오른 날 "2008년의 나에게 '그래 그렇게 못해라'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때 많은 걸 배웠다"며 "당시에 정말 어렸는데 좋은 선배들이 많이 다독여줬다. 그 덕에 성장할 수 있었다"라고 담담하게 가장 아팠던 날을 떠올렸다.
 
(대전=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3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4-1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LG 김현수와 문보경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5.10.31 [email protected]
김현수는 이제 기록 면에서도 '가을 사나이'로 불릴 자격을 갖췄다.
이번 가을에 김현수는 PS 통산 기록을 여러 개 세웠다.
PS 통산 안타를 105개로 늘리며 홍성흔(101개)을 넘어 이 부문 1위로 올라섰다.
PS 통산 루타는 149개로 홍성흔과 공동 1위가 됐다.
타점(63개)과 볼넷(51개)은 자신이 보유한 최다 기록을 더 늘렸고, 출장 경기(106경기)는 2위, 득점은 3위(47개)에 자리했다.
김현수는 "어린 시절에는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좋은 선배를 만났고, 지금은 좋은 후배들과 함께 뛴다"며 "'버스'를 잘 탄 덕에 PS 통산 기록 상위권에 올라 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하지만, 두산과 LG에서 김현수와 함께 생활한 선수들은 김현수를 '팀을 좋은 곳으로 인도한 버스 운전사'라고 인정한다.
 
(대전=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3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시상식에서 통합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 김현수가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현수는 5경기 17타수 9안타, 타율 0.529에 홈런 1개, 8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2025.10.31 [email protected]
특히 LG에서는 '김현수가 팀 문화를 바꿨다'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현수는 "내가 보기보다 정이 있는 스타일"이라고 웃으며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베푸는 걸 보고 자랐다. 그런데 내가 팀을 바꾼 건 아니다. 오지환, 임찬규 등 지금은 베테랑이 된 선수들이 LG를 강팀으로 만들었다"고 후배들을 칭찬했다.
개인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한 김현수는 "우승 반지를 5개 이상 모으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김현수가 LG에서 우승 반지를 추가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는 곧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김현수는 "내가 FA 계약에 대해 말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31일 대전을 찾은 LG 팬들은 "재계약"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