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 축구 대표팀의 친선경기. 한국 옌스 카스트로프가 수비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2025.10.10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혼혈 미드필더'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가 홍명보호 '난세의 영웅'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손흥민(LAFC)이 한국인 A매치 최다 출전 기록을 쓰고 이재성(마인츠)이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10일 한국 축구대표팀의 브라질전에선 또 하나의 특별한 장면이 만들어졌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날 경기 후반 시작과 함께 카스트로프가 교체 투입되며 그라운드를 밟았다.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카스트로프는 독일 연령별 대표팀 출신에다 현재 분데스리가를 누비는 유망주다.
여기에 한국 남자 대표팀의 첫 외국 태생 혼혈 선수라는 특별함이 더해지면서 축구팬들의 시선은 카스트로프에게 쏠리고 있다.
그는 미국 원정 2연전으로 치러진 지난 9월 A매치 때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미국과 경기에 후반 교체 투입되며 '태극전사 데뷔'를 해냈고, 이어진 멕시코전에선 선발 출전해 45분을 소화했다.
이번엔 브라질전 그라운드를 밟으면서 '어머니의 나라'에서 붉은 유니폼을 입고 뛰겠다던 꿈을 이뤄냈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 축구 대표팀의 친선경기.
한국 옌스 카스트로프가 돌파를 시도하다 브라질 수비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2025.10.10 [email protected]
이날 한국은 개인 기량에서 현격한 격차를 보인 브라질에 농락당하며 0-5로 완패했다.
한국이 5점 차 이상으로 진 건 2016년 6월 스페인전(1-6) 이후 9년 만이다.
완전히 밀리는 가운데서도 카스트로프는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브라질 선수들에게 악착같이 달라붙으며 상대 공격 전개를 끊으려고 애썼다.
'꿈'을 이뤄낸, 생애 가장 특별한 경기에서 팀의 대패를 막아내지 못한 그는 취재진 앞에서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카스트로프는 "오늘 경기도 꼭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브라질이 워낙 강해 힘들었다. 좀 더 영리하게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더 영리하게 플레이할 상황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0-1이나 0-2로는 질 수 있지만, 0-5로 패배할 수는 없다"면서 "적어도 0-5라는 스코어보다는 잘할 수 있었다고 믿지만, 우리는 브라질이 세계적인 팀이라는 점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뛰던 그는 후반 중반에 원두재(코르파칸)가 투입되자 왼쪽 공격을 맡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옌스 카스트로프가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식 훈련을 하고 있다. 2025.10.9 [email protected]
그는 "소속팀에서도 자주 뛰었던 포지션이기에 큰 문제는 없다. 어느 포지션이든 팀을 위해 뛸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표팀은 11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2일 오후 다시 모여 파라과이와 평가전을 준비한다.
카스트로프는 아직 홍명보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핵심 자원'으로까지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홍명보호가 기록적 참패로 다시금 위기에 봉착한 지금이 카스트로프에겐 외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영웅이 될 자질은 충분하다. 누구보다 많이 뛰고, 상대를 괴롭히는 데에 능하며, 공격적 재능까지 갖춘 카스트로프다.
카스트로프는 브라질전 뒤 인스타그램에 한국어로 "오늘 서울에서 처음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뛴 날. 결과는 아쉽지만, 팬분들의 응원은 정말 잊을 수 없어요. 이 순간을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카스트로프가 뜨거웠던 팬 응원에 승리로 보답할 수 있는 파라과이전은 1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