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신인 오른팔 투수 정우주(18)가 눈부신 호투로 LG 트윈스 타선을 봉쇄했다.
정우주는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LG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 3⅓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올 시즌 한화에 입단해 줄곧 불펜 투수로만 활약했던 정우주는 지난 15일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데뷔전을 치러 2⅓이닝 2실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원래 정우주의 LG 3연전 등판은 예정에 없던 일이다.
3연전 마지막 경기인 28일 코디 폰세가 나설 예정이었으나 비 때문에 이날로 하루 밀리면서 정우주가 등판하게 됐다.
이날 한화가 패한다면 안방에서 LG가 정규시즌 1위 세리머니 하는 걸 지켜봐야 했던 상황에서 정우주는 기대를 뛰어넘는 호투를 펼쳤다.
1회 정우주는 홍창기와 신민재를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오스틴 딘에게 유격수 강습 내야 안타를 맞았다.
이어 김현수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 위기에 처했으나 문성주를 내야 땅볼로 정리했다.
이후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대전=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1회초 한화 선발투수 정우주가 역투하고 있다. 2025.9.29 [email protected]
2회에는 삼진 1개를 곁들여 타자 3명으로 깔끔하게 막았고, 3회 역시 땅볼 3개를 유도해 한 명도 내보내지 않았다.
그리고 4회에도 마운드에 올라가 첫 타자 오스틴을 외야 뜬공으로 정리한 뒤 마운드를 조동욱에게 넘겼다.
경기에 앞서 김경문 한화 감독은 선발 경험이 많지 않은 정우주가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한 바퀴만 상대해주기를 기대했다.
정우주는 기대를 뛰어넘는 투구를 펼치고 3-0으로 앞선 가운데 가슴을 편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정우주의 호투 속에 한화는 LG를 7-3으로 제압하고 안방에서 LG가 정규리그 1위 세리머니를 펼치는 걸 막았다.
한화가 남은 3경기에서 모두 승리하고, LG가 2경기를 모두 내주면 두 팀은 승률 동률로 1위 결정전을 벌인다.
(대전=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4회초 1사 한화 투수 조동욱과 교체된 선발투수 정우주가 더그아웃에서 밝은 표정을 하고 있다. 정우주는 이날 3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2025.9.29 [email protected]
경기 후 만난 정우주는 "선발 등판을 알게 된 것은 어제(28일)다. 많이 떨리고 긴장도 했지만, 동료들을 믿고 던져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너무 중요한 경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잠도 잘 못 잤다. 그런데 막상 경기장 오니까 그런 생각은 안 들더라"고 했다.
폰세가 이날 경기 선발로 등판하지 못하면서 한화에는 위기감이 감돌았으나 이는 정우주의 호투로 전화위복이 됐다.
정우주는 "폰세가 자기 때문에 갑자기 선발로 등판하게 돼 미안하다고 했다. 오늘 좋은 결과가 나오니까 고맙다더라"고 했다.
주로 불펜 투수로 활약했던 정우주가 선발로도 가능성을 보여준 비결은 커브다.
(대전=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6회말 2사 만루 한화 손아섭이 2타점 적시타 때 득점한 2루주자 황영묵이 더그아웃에서 정우주 등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2025.9.29 [email protected]
시속 150㎞를 훌쩍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정우주가 커브를 제대로 구사하면 위력이 배가한다.
정우주는 팀 선배 류현진의 커브를 배웠다고 했다.
그러나 바로 배운 게 아니라, 동기 정현우(키움 히어로즈)를 통해 건너 들었다.
정우주는 "부끄러워서 류현진 선배님께 직접 물어보지는 못했다. 대신 (정)현우가 류현진 선배님한테 물어본 적 있고, 제가 다시 현우에게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는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로 관심을 끌었다.
정우주는 "공기부터 매우 달랐고, 선배님들도 더 진지한 분위기였다. 그래서 더 잘 던지려고 집중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3연전에서 한화는 LG를 상대로 2승 1패로 우세를 점했다.
(대전=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7-3로 한화가 승리한 뒤 한화 김경문 감독이 선발투수 정우주 등 선수단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2025.9.29 [email protected]
정우주는 "LG를 상대로 한 마지막 결과가 괜찮아서, 만약 한국시리즈에서 만난다면 좋은 기억을 가지고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포스트시즌에는 아마 불펜으로 나갈 것 같다. 막아야 할 상황이 오면 목숨 걸고 던지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정우주는 사실상 이날 경기로 올해 정규리그 임무를 마쳤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은 휴식하기를 원하지만, 정우주는 더 던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항상 준비되어 있다. 등판 일정을 주시는 대로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