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쓴맛을 보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로 복귀해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부활한 성유진은 미국 무대에는 미련이 없다고 밝혔다.
28일 경기도 여주시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한 성유진은 지난해 LPGA투어에서 뛰다가 올해 KLPGA투어로 돌아왔다.
KLPGA투어 통산 3승을 올린 2023년 시즌을 마치고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응시, 공동 7위로 2024년 LPGA투어에 나섰던 성유진은 톱10 두 번에 CME 포인트 랭킹 81위에 그쳤다.
성유진은 "LPGA투어 진출은 지금 해보지 못하면 나중에 후회할까 봐 했던 것"이라면서 "지금은 미련이 없다. 국내에서 열리는 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하면 모를까 굳이 퀄리파잉스쿨을 봐서 미국 무대로 돌아가지는 않겠다"고 못 박았다.
세밀한 준비 없이 미국 무대로 진출한 게 실패의 원인이었다고 진단한 성유진은 "경기력보다는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부상도 왔고 근육통, 신경통 약을 계속 먹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미국에서 활동할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부모님이 돌아가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복귀를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복귀해서도 심한 스트레스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왜 돌아왔냐, 왜 그렇게 성적이 안 나느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성유진은 "처음 돌아왔을 때는 잘 할 수 있겠느냐는 압박감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편하게 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유진은 "LPGA투어는 정말 코스가 다양하다. 장타자가 아니라도 우승할 수 있고 장타자가 불리한 코스도 있다. 정말 똑바로 치는 선수가 많다"면서도 "나한테 KLPGA투어 만족도는 정말 높다. 경기 끝나고 집에 갈 수 있고, 한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게 정말 좋다"고 밝혔다.
이날 조명 속에서 4차 연장까지 치른 성유진은 "긴 하루였지만 우승으로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면서 "(복귀해서 우승이)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라 더 기쁘다"고 말했다.
성유진은 우승을 확정하는 버디 퍼트를 집어넣고선 "'말이 안 된다. 안 믿긴다. 내가 해내다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장전에서는 페어웨이 지킨 게 승부를 가른 게 아닌가 싶다"고 자평했다.
성유진은 "사실 얼마 전에 조명 속에 야간 라운드를 해본 적이 있다. 친구들이 가자고 했는데, 가기 싫었다. 친구들이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며 가자고 했던 게 운이 좋았다"고 활짝 웃었다.
손목 통증으로 매일 병원에 다니면서 눈물을 흘리며 경기했다는 성유진은 "아프지 않고 시즌을 마치는 게 가장 큰 소망"이라면서 "상금왕이나 대상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참에 새롭게 나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해서 두 항목 모두 5위 이내 진입을 목표로 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