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마흔 살 염기훈이 뛰어도, 부상에서 돌아온 아코스티가 선발 출격해도 수원 삼성은 무력하기만 했다.
수원은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10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경기를 주도하고도 대구FC에 0-1로 졌다.
개막 10경기(2무 8패)째 무승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최하위(승점 2)에 머물렀다.
수원 입장에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날이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그랬다.
구단이 제작해 취재진에 나눠주는 매치 프리뷰 자료에 수원의 감독 이름은 지난 17일 경질된 이병근 전 감독으로 표기돼 있었다. 프런트의 실수였다.
킥오프 직전에는 봅슬레이 국가대표 출신으로 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하는 강한이 시축자로 나섰으나 마이크 상태가 좋지 않아 응원의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구단에 반감을 품은 서포터스가 '야망이 없는 프런트, 코치, 선수는 당장 나가라. 수원은 언제나 삼류를 거부해왔다'는 문구가 쓰인 것을 제외한 모든 걸개를 거꾸로 설치해 '빅버드'의 분위기는 스산하기만 했다.
서포터스는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하자 목이 터지라고 응원했다.
선수들은 열심히 뛰며 경기를 주도했다. 팬들의 응원에 화답하는 듯했다.
올시즌 처음으로 출전한 '플레잉 코치' 염기훈이 수원 공격 전개의 중심으로 나섰다.
부상에서 회복한 아코스티도 올해 처음으로 선발 출격해 오른쪽 공격에 무게감을 더했다. 아코스티는 지난 시즌 K리그2(2부 리그)에서 도움왕(11개)에 오른 선수다.
하지만 수원은 결국 이번에도 승점 3을 따내지 못했다.
후반 8분 대구의 세트피스 한 방에 무너졌다. 코너킥 상황에서 에드가의 헤더에 결승골을 내줬다.
수원은 공 점유율에서 64%-36%로, 슈팅 수에서 13-6으로 크게 앞섰으나 결정력이 부족했다. 상대의 육탄 방어에 막힌 슈팅만 3개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 나선 최성용 수원 감독대행은 "이런 결과가 나와서, 이 자리에(기자회견장) 서는 것조차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우리가 하고자 한 대로, 볼을 소유하면서 공격을 진행하고 찬스를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늘 조심하자고 했던 세트피스에서 한 번의 '미스'로 실점하고 말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하필 수비의 '핵심'이라 할 만한 센터백 불투이스가 실점 상황에서 에드가를 놓쳤다. 불투이스는 자존심이 센 선수다.
불투이스는 후반전 스스로 교체 사인을 벤치로 보내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최 감독대행은 "원래 안 좋은 왼쪽 무릎에 통증을 느껴 교체 사인을 보낸 것 같다"면서 "불투이스가 자신의 실수에 대한 생각도 하는 것 같다"고 염려했다.
한때 K리그를 호령하던 인기 구단 수원은 11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도 못 이기면 K리그1 11개 팀을 상대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망신을 당한다.
이제는 정말 물러설 곳이 없다.
최 감독은 "이기지 못해 팬들께 정말 죄송하다.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보겠다"면서 "선수들이 상대 위험지역에서 더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