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시원한 홈런포를 터트리는 장면은, 프로 선수는 물론이고 이제 막 야구를 시작한 초등학생까지 상상하기 마련이다.
프로야구 kt wiz 외야수 장진혁(31)은 프로 입단 10년 차에 드디어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장진혁은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방문 경기에서 팀이 0-1로 끌려가던 8회초 2사 1, 2루에 대타로 등장했다.
두산 벤치는 좌타자 장진혁이 나오자 잠수함 투수 박치국을 내리고 왼팔 베테랑 투수 고효준을 올렸다.
그리고 장진혁은 볼 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고효준의 몸쪽 높은 직구를 공략, 그대로 잠실구장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으로 연결했다.
올 시즌 장진혁의 2호 홈런이자, 데뷔 첫 대타 홈런이다.
장진혁의 대타 3점 홈런을 앞세운 kt는 두산에 3-2로 역전승하고 주말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았다.
대타 역전 홈런이라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음에도 그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베이스를 돌았다.
경기 후 만난 장진혁은 "스스로 필요한 부분을 연습하던 중에 갑자기 대타 기회가 왔다. 그러다 보니 몰입이 잘 됐던 것 같다"면서 "대타 홈런을 상상한 적은 없지만, 이런 순간에 홈런 치는 상상은 해본 적 있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아직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실감이 나지 않은 탓인지 "실제로 홈런을 치고 나니 베이스를 돌 때까지 아무 느낌이 없다가 (공수 교대 후) 수비 나가니까 그제야 실감이 났다"라고도 답했다.
이날 선발 투수로 7이닝 1실점 역투를 펼쳤던 kt 선발 소형준은 대타 역전 홈런을 친 장진혁을 기다렸다가 더그아웃에 돌아오자 격하게 포옹했다.
장진혁은 "형준이가 그냥 '고맙다, 멋지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님은 '나이스 배팅'이라고 하셨다"고 했다.
보통 대타는 빠른 공 하나만 보고 타석에 들어간다.
장진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코치님이 '다른 생각 말고 빠른 공만 잡자'고 하셨고, 직구를 기다렸다. 덕분에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2016년 한화에 입단했던 장진혁은 중장거리 타자로 큰 기대를 모았고, 지난 시즌에는 타율 0.263, 9홈런, 44타점으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보상 선수로 kt 유니폼을 입은 올 시즌은 2할대 초반 타율에 장타도 좀처럼 보여주지 못했다.
장진혁은 "시즌 내내 원하는 스윙이 잘 안 나와서 고민했다. 스스로 집중하지 못했다"면서 "오늘 타석에서는 스스로 잘 몰입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돌아봤다.
장진혁의 홈런 한 방은 중위권 순위 경쟁에 한창인 팀에 큰 힘이 됐다.
장진혁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역할을 잘 소화하면 이런 식으로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오늘 홈런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활약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