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에서 '기성용(36) 영입 효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포항은 1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광주FC를 상대로 하나은행 K리그1 2025 25라운드를 치렀다.
FC서울에서 입지를 잃은 기성용을 영입하고서 치른 4번째 정규리그 경기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패스 실력을 갖춘 기성용은 나이가 들면서 기동성과 에너지가 감소해 팀에 득보다는 부담을 주는 선수가 되고 있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이런 기성용을 박태하 포항 감독이 품은 것을 두고 '득 될 것 없는 모험'으로 치부하는 시각도 있었다.
기성용 합류 직후 포항이 전북 현대, 수원FC에 연패하면서 박 감독의 선택에 붙은 의문부호는 커졌다.
그러나 포항은 이어진 대구FC와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이어 25라운드 광주전에서는 더 단단해진 경기력으로 또 한 번 1-0 승리를 거뒀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중앙 미드필더인 기성용과 오베르단을 함께 활용해 중원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박 감독의 밑그림이 그라운드에 구현되기 시작하면서 포항이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기성용은 한 발 뒤로 빠져 정확한 패스로 공격의 방향을 전환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전방 공격수들에게 직접 배달한다.
슈팅도 좋은 기성용을 상대 미드필더들은 그냥 내버려 두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오베르단에게 공간이 생긴다.
활동량이 많은 오베르단의 장점은 배가된다. 리그 최고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인 오베르단의 공수 기여도가 더 커지는 것이다.
홀가분해진 오베르단은 광주전 수비와 공격 모두에서 대단한 존재감을 뽐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기성용이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구단 관계자들은 전한다.
포항제철고라는 명문 유스팀을 보유한 포항엔 재능이 출중한 어린 선수들이 많다.
기성용은 팀의 어린 선수들에 대한 '튜터링'에도 힘쓰고 있다. 공격수 홍윤상(23)은 기성용의 조언으로 가장 크게 효험을 본 선수다.
홍윤상은 순간 스피드와 빈 곳을 찾아가는 움직임이 좋은 공격수다.
기성용은 훈련장에서 홍윤상에게 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경우마다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야 상대 위험지역을 더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득점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지 알려준다고 한다.
올 시즌 전반기 공격포인트 '제로'에 그치며 성장세가 둔화한 모습을 보이던 홍윤상은 기성용이 팀에 오자 갑자기 펄펄 날더니 3골 1도움을 올렸다.
(포항=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한 기성용이 4일 경북 포항시 포항스틸러스 송라클럽하우스에서 열린 팀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2025.7.4 [email protected]
광주전에서는 정교한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원래 오른발잡이인 홍윤상이 왼발로 고난도의 슈팅을 날려 득점한 것이다.
'성용이 형'의 조언을 받아들이며 경기력과 자신감을 끌어올리지 못했다면 불가능했을 득점이다.
원래 여름에 이적을 추진하던 홍윤상은 기성용이 오면서 포항에 남는 방향으로 마음을 돌렸고,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홍윤상은 "성용이 형이 자기가 오니까 네가 살아나는 것 같다고 하시는데 진짜 그렇다. 내 '축구력'이 좀 올라간 느낌이다.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