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두산 베어스 김민석이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을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2025.8.6.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지난해 11월 22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는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롯데에서 뛰던 외야수 김민석과 추재현, 오른손 투수 최우인이 두산으로, 두산에서 뛰던 내야수 전민재와 불펜 정철원이 롯데로 이적했다.
트레이드 희비는 엇갈렸다.
롯데 유니폼을 갈아입은 전민재는 5일까지 올 시즌 77경기에서 타율 0.293을 기록하며 핵심 야수로 자리매김했고, 정철원 역시 56경기에서 6승 1패 21홀드 평균자책점 4.01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반면 두산으로 이적한 선수들은 고전하고 있다.
추재현은 27경기 출전에 그쳤고, 최우인은 올 시즌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기대를 모았던 김민석 역시 62경기에서 타율 0.224로 침묵했다.
트레이드된 선수들은 항상 반대급부 선수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법.
두산 소속 트레이드 당사자들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출전 기회를 받을 때마다 다소 위축된 플레이를 펼쳤다.
김민석은 지난 달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친정팀 롯데와 방문 경기 2회 수비에서 실점을 야기하는 수비 실책을 범하기도 했다.
두산 내부에선 이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특히 김민석에게 꾸준히 출장 기회를 줬다.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어느 정도 해방된 것일까.
김민석은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방문 경기에서 조 대행의 기대에 드디어 부응했다.
두산은 7회말 수비에서 마운드가 무너지면서 7-7 동점을 내줬다.
경기 후반 4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두산은 그대로 주저앉는 듯했다.
8회초 공격에서도 선두 타자 김인태와 후속 타자 강승호가 무기력하게 범타로 물러나 아웃카운트 2개가 올라갔다.
이후 후속 타자 김기연이 볼넷을 얻어냈고, 7회말 수비에서 교체 투입된 김민석이 이날 첫 타격 기회를 잡았다.
상대 투수는 김민석과 총 4차례 맞붙어 모두 삼진을 잡아냈던 불펜 함덕주였다.
김민석은 "그동안 함덕주 선배를 상대로 좋지 않은 결과만 냈다"며 "특히 이전 경기에서 상대할 때 슬라이더에 당했던 것이 기억났다"고 말했다.
그는 '슬라이더', 1개 구종만 머릿속에 되뇌며 타석에 들어갔다.
그리고 초구를 노렸다.
함덕주는 김민석의 생각대로 한가운데 슬라이더를 던졌고, 김민석은 자신 있게 스윙했다.
공은 발사각 32.3도로 우측 담장을 향해 쭉쭉 날아가 관중석 중앙으로 떨어졌다.
김민석은 롯데 소속이던 2023년 8월 16일 SSG 랜더스전 이후 721일 만에 홈런을 터뜨렸다.
이적 후 첫 홈런이자 잠실구장에서 쏘아 올린 첫 대포였다.
두산은 김민석의 홈런을 발판 삼아 LG를 10-8로 꺾고 2연패를 끊었다.
경기 후 만난 김민석은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 때,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며 "현실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트레이드 반대급부 선수들이 잘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상대 선수들을 신경 쓸 여유가 없다"며 "좀 더 나 자신에게 시간을 더 투자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답했다.
그는 또한 "조성환 감독(대행)님이 날 불러서 (선발) 라인업은 누가 적는지 물어보신 적이 있다"며 "내가 감독님이 적는다고 답했더니, '이건 네가 적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이 하신 말씀의 의미를 되뇌며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며 "앞으로 감독님이 라인업을 적을 때 가장 먼저 내 이름이 떠오를 수 있도록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