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홈 팬으로부터도 응원받지 못한 '백척간두'에서 3점 차 대승을 지휘해낸 김기동 FC서울 감독은 "(계속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포석을 다진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서울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 홈 경기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4-1로 크게 이겼다.
전반전 수적 열세에 놓인 포항을 서울은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제시 린가드 등 외국인 공격수 4명이 모두 득점하며 펄펄 날았다.
서울에서 10시즌을 뛴 '레전드' 기성용의 포항 이적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일군 승리여서 더 값지다
김기동 감독과 구단이 기성용을 제대로 예우하지 않았다며 비난하는 팬들은 이날 경기 내내 '김기동 나가!'를 외쳤다.
만약 이날 졌다면, 서울의 후반기 흐름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었다.
경기 뒤 기자회견장에 후련한 표정으로 들어온 김기동 감독은 팬들의 비난에 대해 "팬들이 현 상황에 있어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모습이었다.
경기 전 김기동 감독은 기자들과 만나 "팬분들께 무거운 마음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경기 결과로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은 이날 3달 만에 홈에서 승리했다. 처음으로 전반전에만 3골을 넣었고, 처음으로 3점 차 승리를 거뒀다.
계속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첫 포석을 훌륭하게 놓은 김기동 감독이다.
서울은 다음 주중인 7월 2일 전북 현대를 상대로 코리아컵 8강전을 치른다. 이후 보름의 휴식기를 갖는다.
김기동 감독은 "전북만 넘으면 4강전이다. 이어 상암에서 열릴 결승 진출도 가능하다. 오늘 승리로 다음 경기 부담이 낮아진 건 사실"이라면서 "(휴식기에)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 상위권과 큰 점수 차 안 난다. 우리 팀은 무조건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기성용과 다르게 김기동 감독은 포항에서 약 10년을 뛴 뒤 포항 유니폼을 입고 '레전드' 대우를 받으며 은퇴했다.
김기동 감독은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나도 은퇴할 시점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내 생각과 감독, 구단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은퇴할 때 1년 더 뛸 수 있었고, 다른 팀 이적도 가능했다. (은퇴) 결정은 내가 했다. 연수도 다녀왔고, 포항에서 지도자로 일하며 감독까지 했다"면서 "언제까지 선수를 할 수는 없다. 어느 시점이 되면 결정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은 핵심 미드필더 오베르단이 이날 퇴장당하면서 7월 19일 치를 전북과 리그 홈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이는 기성용이 전북 전에서 포항 데뷔전을 치를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태하 포항 감독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기성용이 몸 상태만 괜찮으면 투입할 생각이다. 경기 나갈 상황이 된다면, 언제든지 주전으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박태하 감독은 또 "(기성용 영입은)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반반이다. 실패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세월이 가서 체력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극복해야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