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심각한 부상을 이겨낸 왕년의 프로축구 스타가 '최저임금'을 받으며 친정팀으로 복귀해 1부 리그 승격에 앞장섰다.
2010년대를 풍미한 스페인의 특급 미드필더 산티 카소를라가 나이 마흔에 친정팀 레알 오비에도(스페인)에서 '동화'를 썼다.
카소를라는 스페인 북부 오비에도의 야네라 출신이다. 어릴 적부터 축구에 재능을 보인 그는 8살에 레알 오비에도에 입단하며 프로 선수로 커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오비에도는 유럽 5대 빅리그인 라리가에서 당당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1990-1991시즌엔 6위에 오르기도 했다.
뛰어난 양발 킥에 축구 지능도 겸비한 카소를라는 '오비에도의 미래'로 지역 팬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오비에도 유니폼을 입고 프로로 데뷔하지 못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재정난이 심화하며 어려운 처지에 몰린 오비에도는 카소를라가 18세 되던 해에 그를 비야레알로 보내야 했다.
카소를라가 비야레알에서 라리가 데뷔전을 치른 2003년, 오비에도는 4부 리그로 강등됐다. 2012년엔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카소를라는 승승장구했다. 2012년 세계 최고의 리그로 인정받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빅클럽 아스널에 입단, 2013-2014시즌과 2014-2015시즌 FA컵 2연패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2008년과 2012년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 2연패에 기여하며 밝게 빛났다.
순조로울 것만 같았던 카소를라의 선수 경력은 2016년 심각한 부상으로 위기를 맞았다.
부상에 박테리아 감염이 더해지면서 아킬레스건이 뜯겨 나가는 합병증을 겪어야 했다.
허벅지 뒤 근육과 팔 근육 일부로 발목 힘줄을 재건하고, 허벅지 앞쪽 근육을 떼어 팔 근육을 대신하게 하는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2년 넘는 수술과 재활 끝에 부상을 이겨낸 카소를라는 유럽을 떠나 2020년부터 카타르 리그에서 뛰며 현역의 말년을 보냈다.
그리고 2023년 여름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 2부 리그에 머물던 친정팀 오비에도와 계약한 것.
카타르 리그에서 높은 연봉을 받던 그는 오비에도에선 최저임금을 받기로 했다.
22일(한국시간) 영국 더선 등 유럽 매체들에 따르면 카소를라는 원래 무급으로 뛰려고 했지만, 리그 규정상 최저 임금은 받아야 했다고 한다.
10번 넘는 수술에 몸이 안 좋아진 탓에 출전 시간은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카소를라는 벤치와 라커룸에서 후배들의 정신적 버팀목이 돼줬다.
2024-2025시즌 라리가2 3위를 차지한 오비에도는 22일 승격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미란데스와 연장 혈투 끝에 3-1로 승리, 25년 만의 라리가 승격을 이뤄냈다.
카소를라는 팀이 0-1로 뒤지던 전반 페널티킥 동점골을 책임지며 승격에 힘을 보탰다.
앞서 열린 승격 준PO에서는 2차전에서 팀의 PO행을 결정짓는 프리킥 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카소를라는 레알 오비에도 유니폼을 입고 라리가를 누비는 어릴 적 꿈을, 비야레알로 팔려나가고서 22년 만에 이룰 수 있게 됐다.
다만, 이 꿈이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오비에도와 계약을 1년씩 연장해온 카소를라는 다음 시즌 계획에 대해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절친이자 과거 아스널에서 함께 뛴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이 그에게 예전부터 코치직을 제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