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혁의 야구세상] 한일 양국의 국민스타 나가시마 시게오와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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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병혁의 야구세상] 한일 양국의 국민스타 나가시마 시게오와 이승엽

빅스포츠 0 6 06.1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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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세상을 떠난 나가시마 시게오 전 요미우리 감독
3일 세상을 떠난 나가시마 시게오 전 요미우리 감독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지난 3일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나가시마 시게오는 일본프로야구의 레전드 스타를 넘어 국민적인 영웅으로 추앙받은 인사다.

릿쿄대학 시절부터 강타자로 이름난 나가시마는 1958년 최고 인기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하면서 본격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그는 1959년 프로야구 경기를 처음 관전한 일왕 앞에서 한신 타이거스를 상대로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터뜨려 슈퍼스타가 됐다.

이 홈런으로 '미스터 프로야구'로 불리게 된 나가시마는 대만 국적 홈런왕 오사다하루(王貞治)와 함께 'ON'포를 구축해 9년 연속(1965∼1973년)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등 요미우리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1974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17시즌 통산 타율 0.305, 444홈런, 1천522타점을 남겼다.

리그 타격왕은 6차례 차지했다.

오사다하루(왼쪽)와 나가시마 시게오의
오사다하루(왼쪽)와 나가시마 시게오의 'ON포'

[교도통신=연합뉴스]

나가시마는 은퇴 직후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곧바로 요미우리 감독에 선임됐다.

하지만 나가시마가 처음 지휘봉을 잡은 1975시즌 요미우리는 창단 후 최초로 리그 최하위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나가시마 감독은 이듬해인 1976년과 1977년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했으나 일본시리즈에서는 연속 패했다.

1978년은 2위, 1979년 5위, 1980년 3위에 그친 나가시마는 결국 팀을 떠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요미우리가 아무리 부진해도 나가시마를 비난하는 언론이나 팬들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미 그는 일본 사회에서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여겨졌다.

나가시마는 사령탑에서 내려왔지만, 국민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여러 방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다.

야구뿐만 아니라 대형 스포츠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초대받았고 사회적인 이슈가 생기면 매스컴이 앞다투어 나가시마의 코멘트를 받으려고 애쓰기도 했다.

나가시마 감독과 마쓰이 히데키
나가시마 감독과 마쓰이 히데키

[교도=연합뉴스]

나가시마는 달변가라기보다 오히려 말주변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일본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10여년을 야인으로 생활하던 나가시마는 1993년 다시 요미우리 감독으로 복귀했다.

당시 요미우리가 스프링캠프를 차린 일본 미야자키에는 나가시마 감독을 보기 위해 수백명의 기자와 수만 명의 팬들이 모였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감독 2기를 시작한 나가시마는 2001년까지 팀을 이끌면서 3번의 리그 우승과 두 번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올림픽] 성화 전달하는 전직 프로야구 감독, 선수
[올림픽] 성화 전달하는 전직 프로야구 감독, 선수

(도쿄=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일본 프로야구 감독 및 선수 출신인 오 사다하루(왼쪽부터), 나가시마 시게오, 마쓰이 히데키가 코로나19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 및 간호사에게 성화를 전달하고 있다. 202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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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시마 감독의 15시즌 통산 성적은 1천34승 59무 889패, 승률 0.538이다.

다른 팀 감독이라면 훌륭한 평가를 받겠지만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우수 자원을 깡그리 끌어모은 요미우리 감독치고는 뛰어난 성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나가시마는 요미우리 사령탑에서 내려온 뒤에도 종신 명예감독으로 추대받아 오랜 시간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명사로 남았다.

일본보다 프로야구 출범이 한참 늦은 KBO리그에서 역대 가장 큰 인기를 누린 스타는 이승엽(48) 전 감독일 것이다.

1999년 이승엽이 54홈런을 터뜨릴 당시에는 지상파 정규 뉴스 진행자가 첫머리에 '오늘은 쳤다, 못 쳤다'를 매일 속보로 알릴 만큼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다.

2003년 이승엽이 수립한 아시아 최다홈런인 56호 홈런공은 1억원에 경매되기도 했다.

이승엽 현역 은퇴식
이승엽 현역 은퇴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뿐만 아니라 이승엽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리며 한국 야구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2004년 일본으로 건너가 8년간 선수 생활을 한 이승엽은 2012년 복귀해 6시즌을 더 뛴 뒤 2017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KBO리그는 이승엽을 위해 최초로 10개 구단이 동참하는 은퇴 투어를 열었다.

대구시는 새로 건립한 삼성 라이온즈파크에 이승엽의 초상을 벽화로 그렸다.

야구장 앞 도로는 이승엽의 뜻에 따라 '전설로'로 명명됐다.

하지만 이승엽은 현역 은퇴 뒤 나가시마 감독과 달리 친정 팀 지도자로는 남지 못했다.

이승엽 전 두산 베어스 감독
이승엽 전 두산 베어스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소속 팀 없이 방송 해설 등을 하던 이승엽은 2022년 10월 전격적으로 두산 베어스 사령탑에 올랐다.

초보 감독이었지만 전년도 9위였던 팀을 이끌고 데뷔 첫해인 2023년 5위, 2024년 4위를 차지하며 가을야구에 연속 참여했다.

그러나 올 시즌 팀이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밀리자 지난 2일 사령탑에서 자진 사퇴했다.

세 시즌을 채우지 못한 이승엽 감독의 성적은 171승 7무 168패, 승률 0.504다.

일각에서는 코치를 거치지 않은 이승엽 감독의 지도자 경험 부족을 지적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감독이 지는 것은 마땅하지만 굳이 대변하자면 이승엽의 두산은 나가시마의 요미우리처럼 막강 전력도, 우승 후보도 결코 아니었다.

KBO리그에서는 현역 시절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스타들이 정작 지도자로는 실패한 사례가 많다.

선수와 지도자의 길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KBO리그가 배출한 최고의 자산 중 하나인 이승엽이 훗날 친정팀에서 우승 헹가래를 받는 모습도 한번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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