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팬들이 모여 앉은 3일 잠실 야구장 3루 측 응원석에서는 이미 승패가 사실상 정해진 9회말 수비에서 수시로 함성이 터져 나왔다.
KIA가 두산 베어스에 11-2로 앞선 9회말 등판한 KIA 투수 홍원빈(24)의 투구 속도가 전광판에 찍힐 때마다 나온 환호였다.
키 195㎝에 몸무게 101㎏ 건장한 체격의 홍원빈은 이날 최고 시속 154㎞ 빠른 공을 연신 뿌려대며 1이닝 피안타 1개와 볼넷 1개, 삼진 1개로 1실점 했다.
이날 경기는 홍원빈의 1군 데뷔전이었다.
2000년생 홍원빈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0순위로 지명돼 올해 벌써 7년 차를 맞았다.
2군에서는 통산 51경기에 나와 5승 18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10.48을 기록했으며 올해 2군에서는 3승 3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79의 성적을 냈다.
프로 7년 차지만 연봉은 최저 수준인 3천만원을 받은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자비로 미국 연수를 다녀온 사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이 빠르기로 유명했지만 제구가 문제로 지적된 홍원빈은 지난 시즌의 경우 2군 3경기에 나와 1⅓이닝을 던지면서 볼넷 11개, 몸에 맞는 공 2개를 내줄 정도로 영점을 잡기 어려웠다.
올해는 미국 연수 덕분인지 2군에서 20경기, 19⅓이닝을 던지면서 볼넷 18개, 몸에 맞는 공 6개를 허용했으나 삼진도 17개를 잡으며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3일 1군 데뷔전에서도 두산 9회말 선두 타자 김민석을 볼넷으로 내보내 1실점 한 그는 마지막 타자 김인태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경기를 끝냈다.
홍원빈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1군 데뷔를) 상상했던 것만큼 엄청나게 기쁘고 그런 건 아닌데, 7년간 준비를 허투루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 것 같아서 기다려주신 팬 분들과 감독님, 코치님, 팀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에 집중하느라 팬들의 함성은 못 느꼈다"고 웃어 보인 그는 "첫 타자 볼넷이었지만 제가 워낙 볼넷을 많이 주는 투수고, 코칭스태프가 '볼넷을 안 주려고 하기보다 삼진을 많이 잡으려고 하라'는 조언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1군 데뷔에 대해 홍원빈은 "(1군에 올라온 이후) 숙소에서 쉴 때도 언제 등판할 지 그 생각밖에 없었다"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나가서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준비하려고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데뷔전 결과에 대해서는 "선두 타자 볼넷은 피해야 했는데, 그래도 예전에는 터무니없는 공을 많이 던졌지만, 지금은 그래도 제 손에 느낌이 있어서 더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좋아하는 투수도 시속 164㎞까지 던진 광속구 투수 요르다노 벤추라(도미니카공화국)다.
메이저리그 통산 38승을 거둔 벤추라는 2017년 25세 젊은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으며, 등번호도 벤추라와 같은 30번을 단 홍원빈은 모자 안쪽에 벤추라의 이름을 적어두고 투구한다.
홍원빈은 "필승조 형들 던지는 모습이 섹시하게 느껴질 정도로 멋있는데, 저도 언젠가 필승조에서 팀 승리를 위해 더 많은 경기를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