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K리그1 대전하나시티즌의 '미래'로 꼽히는 2007년생 공격수 김현오는 아직도 자신이 프로축구 무대를 누비는 현실이 꿈만 같다고 한다.
김현오는 지난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16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홈 경기에 오른 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격했다.
포항전은 김현호의 프로 통산 네 번째 경기였다.
황인범, 윤도영 등을 배출한 대전 구단 산하 18세 이하(U-18) 팀 충남기계공고 3학년에 재학 중 김현오는 오전에는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팀 훈련에 참여한다.
지난 2월 대전과 준프로 계약을 한 김현오는 이달 초 FC안양과 홈 경기로 프로에 데뷔했다. 데뷔전부터 득점포를 가동, 만 17세 7개월 21일의 나이로 구단 최연소 득점 기록을 세웠다.
그때처럼 득점하겠다는 열망을 가득 품고 그라운드에 나선 탓인지 김현오의 슈팅에는 힘이 실리고 말았다.
전반 6분 페널티아크 앞에서 갑작스럽게 흘러온 공을 잡은 김현오는 당황하지 않고 한현서를 제친 후 골대 상단 구석을 노려 오른발 강슛을 찼다.
아쉽게도 김현호의 발끝을 떠난 공은 크로스바를 살짝 넘겼다.
김현오는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공을 끝까지 보면서 자세를 낮춰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골을 넣을 것 같다는 생각에 들떠서 그렇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유소년 선수 시절 배운 슈팅의 정석에 비춰볼 때 힘이 들어갔다고 돌아본 김현오는 "경기를 뛰어서 좋았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공격포인트를 내는 게 목표였다. 달성하지 못해서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김현오는 나이는 어리지만, 체격은 성인 무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키가 187㎝인 김현오는 중앙 공격수가 주 포지션이다.
하지만 대전의 최전방에는 리그 최고 공격수 주민규가 버티고 있다.
리그 득점왕을 노리는 주민규를 밀어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김현오는 우선 측면 자원으로 출격한다. 주력이 뛰어나고, 몸싸움에 능해 측면도 소화할 수 있어서다.
김현오는 "선수는 어느 포지션이든 다 소화할 수 있어야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출전시켜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해서 어디든 뛰게 해주시면 열심히 하려 한다"고 말했다.
국가대표로도 여러 번 뽑힌 붙박이 골잡이 주민규의 플레이를 '흡수'하고 싶다는 김현오는 "그래도 문전에서 침착함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슈팅력도 자신 있다"고 웃었다.
이제 스스로를 학생이 아니라 '프로 선수'라 여긴다고 자신 있게 말한 김현오지만 처음 겪어본 K리그1에서 경쟁이 쉽지는 않다.
김현오는 "사실 성인 무대에서 피지컬이 뛰어난 형들과 몸싸움을 겪어보니 힘들다. 그래도 축구 선수라면 이겨내야 한다"며 "수비력도 아직 많이 떨어진다"고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팀 사정상 최전방 스트라이커만 고수할 수 없는 김현오는 측면 자원의 필수 능력인 수비력을 키우는 게 당장 목표라고 한다.
그는 "동계 훈련 때부터 감독님께서 측면에 자주 세워주셨다. 내가 사실 수비가 많이 약해서 그걸 보완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수비를 더 보강해서 측면도 잘 소화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황선홍 감독도 어떻게든 형들과 경쟁을 이겨내려는 김현오의 성장세가 흐뭇하다.
황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김현오는 가지고 있는 게 꽤 있는 친구"라고 평했다.
선발로 출전한 김현오를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미소가 떠오른 황 감독은 "사실 가운데 세워야 하는 선수다. 측면에 세우면 (플레이가) 단순해지지만, 중앙에서 자기 꾀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선수"라고 답했다.
김현오는 "기회를 주시고, 이렇게 저를 지켜보시는 황선홍 감독님과 이 구단에 감사드린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며 "계속 성장해서 나중에 주민규 형처럼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