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올 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나는 '배구 여제' 김연경(37·흥국생명)은 V리그에서 뛴 건 여덟 시즌에 불과하지만, 역대 최고의 토종 스파이커다운 족적을 남겼다.
2005년 10월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김연경은 데뷔 시즌이던 2006년 1월 22일 KT&G와 경기에서 44점을 뽑아 '거물급 신인'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 경기 44득점은 국내 여자 선수가 작성한 최고 기록으로 20년 가까이 깨지지 않고 있다.
김연경은 같은 2005-2006시즌인 2006년 2월 3일 GS칼텍스전에선 43점을 뽑기도 했다.
김연경 다음으로는 '여자 이경수'로 불렸던 김민지(은퇴)가 작성한 42득점이 이 부문 3위에 올라 있다.
공격을 전담하는 아포짓 스파이커와 달리 수비를 겸해야 하는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남긴 대단한 기록이다.
김연경은 데뷔 첫해 소속팀 흥국생명을 통합우승으로 이끌고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와 챔피언결정전 MVP, 신인상, 득점상, 공격상, 서브상을 모조리 휩쓸며 한국 배구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국내에서 뛴 네 시즌 동안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우승 3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 통합우승 2연패를 견인했다.
2008-2009시즌 흥국생명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앞장선 뒤 2009년 임대 선수 신분으로 일본 JT 마블러스로 떠난 이래 12시즌 동안 일본, 튀르키예, 중국 리그에서 활동했다.
그는 특히 유럽에선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펄펄 날았다.
유럽 진출 첫해 팀을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MVP와 득점왕을 동시에 수상했다.
김연경은 2020년 6월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로 복귀해 한 시즌을 뛴 뒤 2021-2022시즌 중국 상하이로 옮겼다가 두 시즌 만에 다시 V리그로 복귀했다.
V리그에서 활동한 기간은 여덟 시즌에 불과한데도 김연경은 20일 현재 통산 득점 부문 6위(5천264점)에 올라 있다.
이 부문 1위는 18시즌째 뛰는 베테랑 미들 블로커 양효진(현대건설)이 527경기를 뛰며 작성한 7천895점이지만, 김연경은 절반 정도인 236경기 만에 작성했다.
역대 최소 경기 5천 득점(221경기)도 김연경의 차지였다.
이 밖에도 김연경은 한 경기 최다 디그 33개, 리시브 28개, 서브 에이스 6개, 블로킹 5개 등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는 평가에 걸맞은 활약을 펼쳐왔다.
또 아웃사이드 히터로는 드물게 세 차례 트리플크라운(한 경기서 후위공격·블로킹·서브 각 3개 이상)을 작성했다.
김연경은 국제대회에서도 빛을 발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선 한국 대표팀을 준결승에 올려놨고, 본선 8경기에서 한 경기 평균 25.8점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
4위 팀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올림픽 MVP에 뽑히기도 했다.
그는 2020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했다.
김연경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고 선언하면서 16일 IBK기업은행전 종료 후 조촐한 은퇴 행사가 치러졌고, 다른 구단들이 협조해 원정 고별전에서 '은퇴 투어'가 시작됐다.
김연경의 다음 원정 고별전은 2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리는 현대건설과 경기이고, 3월 2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되는 GS칼텍스전이 선수로서 치르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