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대전을 K리그 판도에 영향을 줄 팀으로 고르겠습니다. 지난 시즌 후반부터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었어요. 거기에다가 군데군데 좋은 선수들도 영입했죠."
축구 중심 채널 스카이스포츠에서 올 시즌 K리그 해설을 맡은 이황재 해설위원은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전하나시티즌이 우승 경쟁에 가세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러 전문가가 울산 HD와 FC서울의 양강 구도가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한 가운데 이 체제를 위협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으로 대전이 꼽힌 것이다.
지난 시즌 도중인 지난해 6월 황선홍 감독이 부임할 때만 해도 대전은 강등권인 11위였다.
절실하게 반등을 꾀한 대전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전 포지션을 대폭 보강했다.
베테랑 수비수 김문환, 신예 스트라이커 천성훈을 품은 대전은 미드필더 마사, 최건주를 데려왔다. 외국인 선수 켈빈과 밥신도 영입했다.
황선홍 감독의 지휘 아래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대전은 순위를 대폭 끌어올려 2024시즌을 최종 8위(12승 12무 14패)로 마쳤다.
새 시즌에는 상위권을 정조준한 대전은 겨울 이적 시장에서도 부지런히 움직였다.
리그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 주민규를 데려와 최전방 고민을 해결했고, 코리아컵 최우수선수 정재희도 영입했다. 디나모 드레스덴(독일)에서 활약하던 박규현이 합류하면서 측면 수비 고민도 덜었다.
황선홍 감독과 대전이 여름과 겨울 이적 시장에서 끌어모은 이 선수들은 2025시즌 개막전 대승을 합작했다.
지난 15일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대전은 포항 스틸러스를 3-0으로 제압하며 '폭풍 영입'의 효과를 제대로 봤다.
왼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최건주가 전반 31분 마사와 2대1 패스를 통해 수비를 따돌린 뒤 왼발 슈팅으로 포항의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해 여름 대전 유니폼을 입은 두 선수가 '2025시즌 K리그 1호 골'을 합작한 가운데 겨울에 합류한 선수들은 후반을 장식했다.
포항의 거센 공세에 주도권을 내주며 수세에 몰리던 후반 중반 주민규가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었다.
후반 41분 헤딩으로 2-0을 만든 주민규는 3분 후에는 역습 상황에서 부지런히 상대 골문까지 달려 멀티 골을 완성했다.
오른 측면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 두 번째 득점을 신고하며 자신을 데려온 대전 구단과 황선홍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때 주민규에게 득점으로 이어지는 '택배 크로스'를 배달한 선수가 바로 지난 시즌까지 포항에서 활약한 정재희였다.
이날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최건주, 마사, 주민규, 정재희가 모두 두 차례 이적 시장에서 '폭풍 영입' 과정을 통해 대전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다.
대전은 포항에 공 점유율(34%-66%), 슈팅 수(6-15) 모두 밀렸지만, 선수들이 개인 기량을 발휘하며 완승을 한 것이다.
수준급 선수들의 합류로 전반적인 팀의 '체급'이 올라간 것이 그라운드에서 바로 나타난 것이다.
이날 풀타임을 소화한 또 다른 '이적생' 박규현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올 시즌 우승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독일 무대를 누비다가 대전에 입단해 처음으로 K리그를 경험한 박규현은 "우리 선수들이 바라는 성적은 당연히 우승이다. 또 좋은 성과를 내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재희는 수준급 선수가 많은 대전에서는 누구도 주전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공격진에 주민규 선수, 최건주 선수 등 재능 있는 선수가 많다. 누가 경기에 나설지 예측할 수 없다"며 "나도 이적해서 왔지만 계속 꾸준히 주전 경쟁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높아진 팀의 체급에 걸맞은 '짜임새'는 아직 나타나지 않아 아쉽다고 한다.
황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울 수 있겠지만 과정은 여러 가지로 더 보완해야 한다"며 "주도권을 우리가 가져와서 경기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풀린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