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오는 15일 개막하는 2025시즌 프로축구 K리그를 앞두고 가장 긴장하는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새롭게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적생'들이다.
기존 팀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다 '더 좋은 조건'으로 둥지를 옮긴 스타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홈 팬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함께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끊임없이 이겨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가장 눈길을 받는 선수는 단연 K리그1 무대에서 득점왕을 두 차례나 차지한 '대기만성형' 스트라이커 주민규(34)다.
주민규는 지난 1월 5일 울산 HD를 떠나 '레전드 스트라이커'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이적했다.
그의 이적은 2025년 새해 벽두 축구 팬들을 가장 놀라게 한 소식이었다.
올해 4월이 되면 35살에 접어드는 '베테랑급' 스트라이커 주민규는 '늦게 핀 꽃'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나이를 잊은 득점 감각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은행 K리그1 2024 울산 HD와 강원FC의 경기에서 울산 주민규가 팀의 두 번째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2024.11.1 [email protected]
2013년 2부리그 고양 HI FC에서 프로에 데뷔한 주민규는 2015년 서울 이랜드FC로 옮겨 세 시즌 동안(2015∼2018년) 71경기에서 37골 10도움의 좋은 활약을 펼치며 1부리그 팀들의 주목을 받았다.
주민규는 2017∼2018년 상주 상무 시절에도 두 시즌 동안 21골을 쏟아내며 2019년 울산 HD 유니폼을 입었지만, 28경기에서 5골 5도움의 기록을 남기고 이듬해 K리그2 소속이었던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해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그는 2020년 8골 2도움으로 제주의 K리그1 승격에 힘을 보태더니 2021년에는 34경기에서 22골 1도움으로 생애 첫 K리그1 득점왕의 기쁨을 맛봤다.
주민규는 2023년 울산으로 이적해 36경기에서 17골을 쏟아내며 생애 두 번째 K리그1 득점왕을 따냈다.
경기력이 떨어지는 30대에 접어들었지만, 주민규는 오히려 발끝 감각이 더 노련해지며 K리그1 간판 골잡이로 인정받았다.
주민규는 2025시즌을 앞두고 2020년 제주로 이적했을 때처럼 또다시 도전을 택했고,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8위에 머문 대전을 새 둥지로 삼았다.
지난 시즌 38경기를 치르면서 43골에 그쳤던 대전은 스트라이커 보강이 필요했고, 누구보다 스트라이커의 생리를 잘 아는 황선홍 감독은 '보증된 골잡이' 주민규를 점찍었다.
주민규는 2021시즌부터 4시즌 연속 두 자릿수(2021년 22골·2022년 17골·2023년 17골·2024년 10골) 득점을 터트린 만큼 2025시즌 대전에서도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은 물론 통산 세 번째 득점왕도 노린다.
주민규만큼이나 눈에 띄는 이적생은 광주FC를 떠나 나란히 울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스트라이커 허율(23)과 멀티 공격자원 이희균(26)이다.
두 선수 모두 광주에서 K리그1 무대에 데뷔해 나란히 첫 이적팀으로 울산을 택했다.
울산은 주민규가 빠진 스트라이커 공백을 192㎝ 장신의 '젊은피' 허율로 메울 참이다.
아울러 최전방 공격을 지원하는 2선 공격자원으로 세컨드 스트라이커, 공격형 미드필더, 윙어까지 맡을 수 있는 이희균을 영입했다.
공교롭게도 울산의 윙어로 맹활약하는 엄원상을 비롯해 허율과 이희균은 모두 금호고 출신으로 울산에서 '금호고 공격 트리오'를 이루게 됐다.
FC서울이 영입한 32세 동갑내기 '베테랑 듀오'도 팬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주인공은 전북 현대를 떠나 서울의 품에 나란히 안긴 국가대표 출신 풀백 김진수와 측면 날개 문선민이다.
A매치 출전 경력 74경기(2골)에 빛나는 김진수는 장거리 스로인과 정확한 왼발 크로스가 장점인 선수다.
2012년 일본 J리그 알비렉스 니가타에서 프로 데뷔한 김진수는 2014∼2016년 독일 호펜하임에서 뛰며 유럽 무대도 경험한 뒤 2017년 전북에 입단해 K리그 무대에 처음 도전했다.
김진수는 K리그에서는 전북에서만 뛰다가 이번에 처음 이적을 결심했고, 새 둥지는 서울이었다.
김진수에 이어 서울행을 선택한 문선민은 '관제탑 세리머니'로 팬들의 사랑을 받는 공격수다.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드리블 능력이 뛰어난 문선민은 태극마크를 달고 17경기(2골)를 뛰었고 K리그 통산 227경기에서 50골 31도움을 작성한 검증된 공격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