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23일 정경호 강원FC 신임 감독 취임 기자회견이 강원 강릉시 강원FC 오렌지하우스에서 열리고 있다. 2024.12.23 [email protected]
(강릉=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강원FC의 새 사령탑에 오른 정경호(44) 감독이 제2의 양민혁(토트넘), 제2의 황문기를 꾸준히 배출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정경호 감독은 23일 강릉시 강남축구공원 내 오렌지하우스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프로 정식 감독으로 첫발을 떼는 소감과 각오 등을 밝혔다.
강원은 올 시즌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2위를 차지하며 K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윤정환 감독과 재계약에 실패한 뒤 정경호 수석코치를 지난 6일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수석코치로서 리그 2위를 차지하는 데 힘을 보태고, 팀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게 강원이 정 감독에게 중책을 맡긴 배경이었다.
정 감독은 먼저 "소중한 기회를 잡기 위해 많은 시간을 고생하고 시행착오를 겪었다"면서 "노하우를 잘 녹여내서 좋은 팀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강원이 이미지나 철학 면에서 기복이 심했다"면서 "이를 많이 올리려고 노력하고 철학과 비전, 경쟁력을 선수들과 녹여내서 팬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하겠다. 강원도민들에게 하나의 콘텐츠가 됐으면 좋겠다. 강원FC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냈다.
정 감독은 강원도 삼척 출신이다. 주문진중, 강릉상고(현 강릉제일고)를 졸업했고, 울산 현대(현 울산 HD)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광주 상무, 전북 현대를 거쳐 2009년 창단 멤버로 강원에 합류했다.
현역 은퇴 이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정 감독은 2014년 울산대 감독으로 부임했고 2016년부터 프로팀 성남FC,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 코치에 이어 다시 성남에서 수석코치와 감독대행을 거친 뒤 지난해 강원의 수석코치를 맡았다.
이제 고향 팀의 지휘봉을 잡고 프로 첫 정식 감독으로 도전에 나선다.
강원은 올해 K리그1에서 승점 64(19승 7무 12패)를 쌓아 창단 후 역대 최고 성적인 2위(종전 6위)를 차지했다.
한 시즌 최다승(19승), 최다 승점(64점), 최다 득점(62점), 최다 관중(1만3천170명) 등에서도 종전 구단 기록을 새로 썼다.
아울러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무대에도 설 자격을 얻었다.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23일 정경호 강원FC 신임 감독 취임 기자회견이 강원 강릉시 강원FC 오렌지하우스에서 열리고 있다. 2024.12.23 [email protected]
돌풍을 일으킨 팀의 후임 사령탑으로서 어깨가 무거울 법하지만 정 감독은 "부담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 감독은 "강원이 내년에 준우승 그 이상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부담감은 사실 없다"면서 "지금까지 겪어온 과정을 통해 색깔 있고 단단한 팀, 무너지지 않는 탄탄한 팀을 만들고 싶다. 선수들과 즐겁게 해보겠다"고 말했다
강원은 다음 시즌 후반부터 AFC 챔피언스리그도 K리그와 병행해야 해 전력 강화가 필요해졌다.
그런데 오히려 올해의 영플레이어상 수상자인 양민혁이 유럽 무대에 진출하고 황문기는 군 복무 해결을 위해 팀을 떠냐는 둥 공백이 생겼다.
정 감독은 이에 대해 "강원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그런 시스템을 통해 양민혁도 발굴했다. 제2의 양민혁을 발굴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 걸 하는 게 구단 철학"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팬들 입장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고, 기대도 있을 것이다. 코치 때는 잘했지만, 감독을 잘 할 수 있는지 의문점도 있을 것"이라면서 "제가 증명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도민구단 강원은 기업구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적 지원에 한계가 있다. 최근 선수들 몸값도 크게 올랐다.
정 감독도 "내게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지 못 할 수도 있고 운 좋게 데려올 수도 있다"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는 곧 "시도민 구단은 (최고급식당인) 파인다이닝이 아니고 일반식당이다. 그러나 줄을 서는 맛집이다. 강원은 여길 따라가야 한다"면서 "물론 황문기나 양민혁이 빠진 것은 리스크가 있다. 하지만 새로운 선수들로 채우는 게 강원이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다섯 가지 요소로 체력, 기술, 전술·전략, 심리(멘털), 그리고 태도를 꼽고 그중에서도 태도를 가장 강조했다.
그는 "태도가 경쟁력이다. 감독이나 코치, 선수 다 마찬가지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재능이 있고 기술 있지만 태도가 없다면 안된다. 절박하게 간절하게 훈련하고 잘 받아들여야 좋은 팀이 된다"면서 "선수들에게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하자'고 얘기한다. 기분은 내가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태도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정식 감독은 처음이지만 수석코치 및 감독대행으로도 활동했다. 내년이면 프로 지도자로 10년 차다.
정 감독은 "코치일 때는 숲 안에 있는 나무를 디테일하게 봤다면 감독은 밖에서 숲의 모양들을 보고 아름답게 가꾸는 게 역할인 것 같다"면서 "숲의 안과 밖을 넘나들면서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자신과 함께 팀을 이끌 코치진 구성도 마쳤다.
박용호 수석코치를 선임하고 기존의 최효진·송창호 필드 코치, 전상욱 골키퍼 코치에 피지컬 코치로 올해 FC안양의 K리그2 우승 및 1부 승격에 힘을 보탠 장석민 코치를 영입했다.
오범석 코치에게는 B팀을 전담하게 했다.
강원은 지난 20일부터 2025시즌을 대비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갔고, 새해 1월 1일 튀르키예 안탈리아로 전지훈련을 떠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