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신인 포수 김동헌(19)은 한국 야구의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젊은 포수 가운데 한 명으로 주목받는 선수다.
25세 이하 포수 가운데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8경기에 출전했고, 선발 출전 경기도 3경기로 최다다.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김동헌은 "일단 지금 목표는 1군에 오래 있는 거다. 매 순간 팀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 프로에 오고 나서 좋은 선배님들 덕분에 팀이라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며 느낀 점을 말했다.
김동헌은 지난해 키움이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지명한 대형 포수 유망주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시작으로 시범경기를 거쳐 정규시즌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지금까지 1군에서 활약 중이다.
단순히 경험을 위해 경기에 나오는 게 아니라, 출전할 때마다 강한 인상을 남긴다.
타석에서는 타율 0.364(11타수 4안타)에 1타점, 볼넷 2개로 침착한 모습을 보여줬고, 포수 마스크를 쓰고는 2개의 도루 저지(3개 허용)로 강한 어깨를 뽐냈다.
김동헌은 "제 야구를 할 수 있는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키움은) 눈치 보지 않고 제 야구를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게 스타일과 맞아서 더 시너지가 난다"고 했다.
1군에서 뛸 만한 선수를 만드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필요한 포지션은 포수다.
투수 리드부터 시작해서 경기 흐름을 읽는 시야 같은 것들은 경험이 필요해서다.
키움 구단은 당장 김동헌의 성장을 위해 2군보다는 1군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선배들이 경기하는 모습만 봐도 배울 게 많아서다.
구단의 기대대로, 김동헌은 마치 주자를 견제하는 것처럼 팀 선배의 일거수일투족을 눈과 귀로 쫓고 있다.
특히 포수 대선배인 이지영(37)은 김동헌의 눈을 뜨게 한 선수다.
김동헌은 "기술적으로 물어보기에는 너무 대선배라 아직 제게 접목할 게 없어서 일단은 선배님 경기하는 것과 준비하는 루틴만 보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배울 게 많다"고 했다.
이지영은 가장 먼저 경기장에 나와서 한여름에도 땀복을 입고 몸을 푼다.
"트레이너가 없어도 몸을 풀고, 운동 끝나면 따로 러닝하고, 경기 전에 사우나도 하는 이지영 선배의 루틴이 사소하지만, 장기적으로 그게 체력으로 이어지는 걸 느낀다"고 말한 김동헌은 "땀복을 입고 하는 저런 루틴을 존경한다"고 했다.
본인도 같이 땀복을 입고 훈련할 생각이 없냐고 묻자 "저는 땀복을 안 입어도 원래 땀이 많은 체질"이라며 웃었다.
김동헌은 벤치에서 볼 배합 사인을 받는 대신 투수와 소통하며 직접 사인을 낸다.
그는 "(박도현) 배터리 코치님도 투수와 제가 맞춰서 하는 걸 선호한다. (김창현) 수석코치님으로부터 경기 전에 볼 배합이라든지 포수가 생각해야 할 부분을 많이 배운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포수 김동헌이 볼 배합에 관해 새롭게 눈뜬 경기는 지난달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시범경기다.
당시 에이스 안우진과 선발로 호흡을 맞췄던 김동헌은 경기 초반 직구 위주로 사인을 내다가 2회 1점을 내줬다.
아무리 공이 빠른 투수라도, 직구만으로는 타자를 잡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 계기다.
김동헌은 "확실히 프로 타자들에게 직구 위주로 가면 정타를 맞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3회부터 변화구를 섞으면서 많이 배웠다"며 "생각하는 게 넓어지고 있다. 공부도 더 많이 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동헌은 14일 고척 KIA전에서 에릭 요키시와, 15일 고척 KIA전에서 아리엘 후라도와 선발 배터리로 출전했다.
요키시는 7이닝 2실점, 후라도는 6이닝 1실점으로 각각 시즌 첫 승리를 따냈고, 김동헌은 외국인 투수와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김동헌은 "요키시는 포수가 앉는 위치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영상을 몇 시간씩 보면서 준비했고, 후라도는 시범경기 때부터 통역보다 더 많이 대화하려고 했다"며 "저는 그저 도와주는 역할만 했는데 두 선수 모두 승리해서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