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오타니 쇼헤이(일본)가 마이크 트라우트(미국)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결정구인 스위퍼(Sweeper)는 KBO리그에서도 화제로 떠올랐다.
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안우진은 지난 1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이 끝난 뒤 "요새 투수들은 스위퍼 이야기만 한다. 나도 지금 연습하고 있는데, 아직은 잘 안된다"고 공개한 바 있다.
스위퍼는 슬라이더의 한 종류로 상하 대신 좌우 움직임이 심한 공이다.
마치 홈플레이트를 빗자루질(Sweep)하는 걸 떠올린다고 해서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었다.
안우진에게 스위퍼를 알려준 건 팀 동료인 에릭 요키시다.
평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새로운 구종 공부하는 걸 게을리하지 않는 요키시는 16일 고척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모든 정보는 인스타그램에서 얻었다. 흥미로운 주제가 나오면 거기서 찾아보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캐치볼 하며 한두 개씩 던져보고 있는 안우진과는 달리, 요키시는 이미 지난해 실전에서 스위퍼를 던진 경험이 있다.
요키시는 "작년에 시즌을 준비하며 스위퍼를 장착한 게 아니라, 시즌 중반부터 조금 연습하다가 던져봤다. 타자들이 파울로 커트하더라"며 "약간 팔꿈치에 무리가 가는 느낌이라 지금은 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키움 선수단에 스위퍼를 알려주고 있는 선구자 요키시는 직접 그립을 쥐어 보이며 자세하게 설명했다.
투심 패스트볼을 던질 때처럼 검지와 중지를 야구공 솔기에 놓고, 커브를 던진다는 느낌으로 톱스핀을 걸면 된다.
요키시는 "어떤 과학적인 원리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톱스핀을 거는데도 아래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옆으로 휘어 버린다"면서 "포인트는 일단 공을 강하게 잡아채야 한다. 커브나 슬라이더가 중지로 회전을 거는 구종이라면, 스위퍼는 검지로 하는 것"이라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요키시는 스위퍼의 위력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좀 더 효과적일 것이며, 한국에서는 효과가 덜할 것"이라고 판단을 유보했다.
홈런을 노리는 '어퍼 스윙'이 일반적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스트라이크 존 앞에서 옆으로 꺾이는 스위퍼가 위력을 발휘하겠지만, 배트 중심에 맞히는 '레벨 스윙'을 강조하는 KBO리그에서는 타자 방망이에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요키시는 "한국은 콘택트 위주로 짧게 치려고 하는 타자가 많다. 내가 작년에 던졌을 때도 파울로 커트 당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대로만 던질 수 있다면, 충분히 효과적이다.
안우진처럼 시속 16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스위퍼까지 장착하면, 우타자를 더욱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다.
안우진도 이런 이유로 스위퍼를 연습 중이라고 밝혔다.
요키시는 "(스위퍼의) 회전수나 궤적이 슬라이더, 커브와 확연하게 달라서 차별성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