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아마 챔피언조에 안 들어가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148번째 대회 출전에 처음 우승한 이주미의 말이다.
이주미는 16일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파72·6천652야드)에서 끝난 KLPGA 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에서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2015년부터 정규 투어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한 이주미는 이날 처음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그가 챔피언조에 안 들어간 것을 우승 요인으로 꼽은 것은 이날 최종 라운드 마지막 조가 박지영, 박민지, 박현경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박민지는 최근 2년 연속 6승씩 따내며 상금왕을 2연패 한 투어 최강이고, 박지영은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박현경 역시 메이저 대회 2승을 포함한 3승을 거둔 선수다.
나이는 1995년생 이주미가 가장 많지만, 워낙 화려한 경력을 쌓은 '3박'과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했더라면 우승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한 것이다.
148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은 KLPGA 투어 통산 4위에 해당할 정도로 오래 기다린 첫 승이다.
안송이의 237개 대회 첫 우승이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고 167개 대회 박소연과 157개 대회의 윤채영 다음으로 4위가 이주미의 148회다.
이주미는 "사실 부모님도 '안 될 것 같다'며 '골프 그만하고, 다른 제2의 인생을 찾으라'고도 하셨다"고 털어놓으며 "그래도 이왕 시작한 것이니 뭐라도 한 번 해보고 끝내려고 버텨왔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상금 순위 58위로 60위까지인 올해 정규 투어 출전 자격을 힘겹게 지킨 그는 이번 대회 우승 상금 1억8천만원이 지난 시즌 전체 상금 1억4천여만원보다 많다.
"KLPGA 투어에서 시드를 지켰다는 것은 그래도 어느 정도 기본은 한다는 것"이라고 과거를 돌아본 이주미는 "오늘 16번 홀에서 공동 선두라고 확인했는데 그때부터 너무 떨려서 힘들었다"라고도 말했다.
공교롭게도 성적을 확인한 이후인 17, 18번 홀 연속 버디로 2타 차 우승을 일궈낸 셈이다.
이주미는 "17번 홀이 어려운데, 버디를 생각한 것은 아니고 우선 파로 넘어가서 파 5홀인 18번 홀에서 버디를 노리려고 했다"며 "그런데 운이 따라서 17번 홀에서 공이 홀 가까이 붙어 버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2라운드에서도 선두였던 그는 "그때까지는 다른 게 아무것도 안 되고 퍼트만 잘 됐는데, 3라운드에는 퍼트도 안 되더라"며 "오늘은 다행히 샷감이 돌아와 버디 기회가 많았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첫 승에 고마운 분으로는 역시 부모님과 코치인 이동석 프로를 꼽았다.
이주미는 "부모님이 저 때문에 힘드셨을 텐데 이렇게 작게나마 보답하게 돼 좋다"며 "이동석 프로님도 마음을 내려놓는 법을 알려주시고, 골프를 더 편하게 느끼게 해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작년까지 걱정하던 정규 투어 출전 자격을 이번 우승으로 2년간 확보한 이주미는 "생각지도 않게 2년이라는 시간이 더 생겼다"고 기뻐하며 "앞으로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이 더 많이 생기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