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지금 무서워서 헤딩을 한 차례도 못 했어요."
프로축구 K리그1 대전하나시티즌의 '마스크맨' 주세종은 안면 보호대를 벗어 던지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주세종은 1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울산 현대와 홈 경기에서 2-1로 이긴 후 취재진과 만나 "통증은 없는데 마스크를 착용하니 시야 등이 가려지거나 흔들리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마스크 때문에 진짜 안 보인다"고 웃은 주세종은 "그런 부분이 까다롭다. 앞으로 2~3경기는 (보호대를)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베테랑 미드필더인 주세종은 지난해 여름 감바 오사카(일본)에서 K리그2에 속해 있던 대전에 임대로 영입돼 1부 승격에 큰 힘을 보탰고, 올 시즌에 완전 이적해 팀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올 시즌 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 후반 47분 김동민의 머리에 얼굴을 크게 부딪쳐 안와골절 진단을 받았고 그간 경기에 뛰지 못했다.
이날 울산전이 한 달여 만에 치른 복귀전이었다.
주세종은 "100% 몸 상태로 뛰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우리 후배들, 친구들이 더 편하게 경기하도록 도왔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경기 전 이민성 감독은 주세종의 활약이 승부를 가를 핵심이라고 짚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이 경기 전까지 6연승을 달린 울산을 상대하는 터라,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위축된 움직임을 보일까 염려한 것이다.
이 감독은 이를 해결해줄 선수가 바로 큰 무대 경험이 많은 베테랑 주세종이라고 봤다.
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주세종이 돌아와서 우리는 너무 행복하다. 선수들이 주세종을 믿고 의지한다"며 "나도 오늘 아침까지 (주세종을) 전반에 넣을지 후반에 넣을지 고민했다. 면담 자리에서 주세종이 전반부터 들어가겠다고 해 감독 입장에서는 고마웠다"고 돌아봤다.
이어 "주세종이 들어가서 팀의 균형이 맞춰졌다. 공이 계속 살아간다"고 칭찬했다.
이를 전해 들은 주세종은 "내가 오히려 선수들에게 의지한다"고 웃었다.
이어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순간적으로 통제해줄 경험 많은 선수가 있어야 한다. 선수들이 (내 이야기를) 잘 받아들이고 따라와 줘서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선수들은 공이 왔을 때 공격 상황이면 빠르게 치고 나가려 하는 게 있다. 그럴 때마다 조절해달라고 이야기도 해준다. 이런 부분을 내가 팀에서 맡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세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독일과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절묘한 롱패스로 손흥민(토트넘)의 득점을 도와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공교롭게도 손흥민 역시 지난해 열린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안와 골절로 안면 보호대를 착용하고 경기를 치르다가 어려움을 호소했다.
주세종은 손흥민이 언급되자 무엇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통산 100호 골 달성을 축하한다고 했다.
주세종은 "정말 축하할 일이다. 한국 선수가 그런 세계적인 리그에서 100호 골을 이룬 게 아니냐. 앞으로도 은퇴할 때까지 대표팀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대전=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1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와 대전 하나 시티즌의 경기에서 승리한 대전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3.4.16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