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아마추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던 호주 교포 그레이스 김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세 번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16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에바비치의 호아칼레이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롯데 챔피언십에서 성유진, 류위(중국)와의 연장 승부 끝에 LPGA 투어 데뷔 첫 승을 올린 그레이스 김은 2000년 12월 시드니 태생이다.
한국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김시은'이라는 한국 이름도 가진 그는 호주 여자 골프의 '전설' 카리 웹이 유망주들을 위해 주는 장학금을 4차례 받을 정도로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선수다.
2018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유스 올림픽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했고, 2021년엔 호주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에 올랐다.
아마추어일 때 출전한 2021년 호주여자프로골프(ALPG) 투어 TPS 시드니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고, 지난해까지 연속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LPGA 2부 엡손 투어에서 뛰며 상금 5위에 올라 정규 투어 카드를 획득한 그는 이번 시즌 처음 출전한 지난달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선 컷 탈락하고 LA 오픈에선 공동 59위에 그쳤는데, 세 번째 대회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레이스 김은 이날 최종 라운드 16번 홀까지 선두를 두 타 차로 뒤쫓았으나 17∼18번 홀 연속 버디로 연장전에 합류했고, 연장전에선 3명 중 홀로 버디를 잡아 우승까지 일구는 뒷심을 발휘했다.
이번 시즌 LPGA 투어 6개 대회가 열리는 동안 신인 선수의 우승은 처음이다. 투어 데뷔 첫 우승 사례는 2월 혼다 LPGA 타일랜드의 릴리아 부(미국)와 LA 오픈의 인뤄닝(중국)에 이어 시즌 세 번째다.
그레이스 김은 경기 후 현지 인터뷰에서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내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했다"며 "17번 홀 버디가 큰 모멘텀이 됐고, 18번 홀에서도 공격적으로 할 수 있었다. 내가 해냈다는 게 여전히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호주 출신으로는 12번째 LPGA 투어 우승자로 이름을 올려 통산 41승을 쓸어 담았던 웹, 지난해 US여자오픈을 제패한 이민지 등 쟁쟁한 선배들의 뒤를 잇게 됐다.
이에 대해 그레이스 김은 "내 경력의 정점을 이룬 것 같다. 이게 시작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들이 저에게 얼마나 많은 동기부여를 줘 여기까지 오게 했는지를 보면 무척 흥분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웹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내게 많은 도움을 줬다. 이번 우승엔 그녀의 공로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레이스 김은 2019년 열린 우리나라의 전국체육대회에도 출전, 재외 동포들이 겨루는 해외 부문 여자 개인전에서 우승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