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전 세계 여성 축구선수들이 국제축구연맹(FIFA)에 '스포츠워싱'이라는 비판을 받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후원 계약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2일(한국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24개국의 100명이 넘는 여자 프로축구 선수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 인권 유린과 환경 오염 문제 등을 이유로 FIFA와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스폰서십을 끊으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FIFA에 대한 아람코의 후원은 여자 축구에 대한 '가운뎃손가락'"이라며 석유 대기업의 스폰서십에 대해서 "축구 경기에서의 자책골보다도 훨씬 더 나쁜 일"이라고 비판했다.
FIFA는 지난 4월 사우디 알사우드 왕가의 경제적 기반인 아람코와 2027년까지 후원 계약을 맺었다.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사건, 여성 인권 유린, 동성애 범죄화, 언론 자유 제한 등으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아온 사우디아라비아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기 위해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 거액을 투자하거나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을 자국 리그로 데려오는 등 '스포츠 워싱'을 시도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서명에는 비비아너 미더마(맨체스터 시티·네덜란드), 소피 융게 페데르센(인터 밀란·덴마크), 베키 사워브룬(미국), 제시 플레밍(캐나다·이상 포틀랜드), 엘레나 리나리(로마·이탈리아), 도리스 바치치(나폴리·크로아티아) 등 각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FIFA가 아람코와 후원 계약을 맺은 걸 두고 "경기장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규탄했다.
"프로 선수가 되는 건 우리의 꿈이었고, 미래에 프로 선수로 성장할 소녀들의 꿈이기도 하다"는 여자 선수들은 "사우디 당국은 인권 유린에 주목되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수십억 달러를 스포츠 산업에 쏟아붓고 있다. 여성의 지위가 모든 걸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FIFA는 아람코와의 스폰서 계약을 재고하고, 후원사를 성평등, 인권, 지구의 안전한 미래를 생각하는 다른 업체로 대체해야 한다"며 "선수 대표가 참여하는 (스폰서) 평가위원회를 설립해 스폰서십의 윤리적 영향을 검토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FIFA 대변인은 AFP 통신에 "FIFA는 아람코 및 기타 여러 상업 및 권리 파트너와의 파트너십"을 존중한다며 "FIFA는 스폰서십에서 창출한 수익으로 여자 축구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다"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