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남자배구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에 오른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의 고심이 깊다.
28일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 최종전에서 한국전력을 꺾은 여운이 다 가시기도 전에 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과의 첫 경기가 당장 하루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리빌딩 암흑기를 끝내고 4년 만에 진출한 챔피언결정전이지만 기쁨을 누릴 여유는 없다.
PO를 두 경기만에 끝내지 못해 체력이 소모된 문제도 있지만, 애초에 객관적인 전력도 대한항공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허수봉, 오레올 까메호(등록명 오레올)보다 정지석,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의 창끝이 좀 더 날카롭다.
대한항공은 올 시즌 공격 성공률(54.55%), 서브(세트당 1.544개) 부문에서 1위를 달리며 고공비행했다.
현대캐피탈도 두 부문에서 각각 3위(51.47%·세트당 1.448개)로 만만치 않은 팀이지만, 최근 토종 주포 전광인이 발목 부상으로 빠지면서 화력 대결에서 더 불리해졌다.
리시브 효율(38.19%), 디그(세트당 9.239개) 등에서 1위인 현대캐피탈의 수비 강점도 대한항공과의 맞대결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결국 시즌 중후반 선두 경쟁에서 밀렸고 올 시즌 상대 전적을 6전 5패(1승)로 마무리했다.
전력 차의 중심에는 현역 최고 세터인 대한항공 한선수(38)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5년 차 베테랑 한선수는 통산 세트 성공 1만7천551개로 역대 V리그 남자부 1위를 달리고 있다.
세트당 성공 개수도 10.888개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막강한 효율을 자랑한다.
최 감독이 챔피언결정전 선발 명단에서 가장 고민하는 지점도 바로 한선수에 맞설 세터 자리다.
최 감독은 전날 PO 3차전을 이긴 뒤 "라인업을 결정할 때 선수들의 편의상 하루 전에 공지해왔는데 이번에만 유독 그게 안 된다"며 "마지막까지 고민하게 된다. 당일날 세터를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3월 28일 오후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플레이오프 3차전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의 경기에서 현대캐피탈 김명관이 서브에이스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선택지는 김명관(26)과 이현승(22)이다. 둘 다 이번이 첫 포스트시즌이다.
김명관은 키 195㎝ 장신 세터로 블로킹과 서브에 강점을 가지고 있고, 이현승은 신인답지 않은 과감하고 정확한 토스(세트당 9.096개)로 주전 세터로 자리매김했다.
장단점이 분명해 쉬운 결정이 아니지만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해 드라마를 쓰겠다는 것이 최 감독의 각오다.
최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역전 우승을 못 했기 때문에 자존심을 걸고 챔프전에서 역전 우승을 해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PO 3차전에서 블로킹 5개, 서브에이스 1개 등 8득점을 올린 김명관은 "(한선수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배울 점은 배우고 뺏을 게 있으면 뺏어오겠다"며 "신장이 큰 장점을 극대화해 맞대결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