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배구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은 2019년 3월 27일 홈코트인 김천체육관에서 쓰디쓴 눈물을 펑펑 흘렸다.
당시 한국도로공사는 흥국생명과 챔피언결정전에서 상대 전적 1승 3패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도로공사는 전력상 약세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2차전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했고, 3차전도 풀세트 접전을 펼치는 등 대등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는 4차전 고비를 넘지 못했다.
패배의 대가는 컸다. 흥국생명 선수들이 자신들의 안방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한국도로공사의 주포 박정아(29)도 그날 김천체육관에 있었다.
당시 박정아는 팀 내 최다인 24점을 올렸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박정아는 4년 만에 빚을 갚을 기회를 잡았다.
한국도로공사는 25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플레이오프(PO·3전2승제) 2차전에서 승리해 상대 전적 2승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정규리그 1위 흥국생명과 4년 만에 리턴 매치를 펼친다.
박정아는 이날 경기 후 4년 전 일을 묻는 말에 "사실 기억이 안 난다"라며 "지금은 흥국생명의 주축 선수들이 다 바뀌지 않았나"라고 말을 돌렸다.
그러나 불타는 전의는 감추지 못했다. 그는 "흥국생명에 진 기억을 잘 생각해내서 이기겠다. (당시 패배한) 영상을 돌려보겠다"고 말했다.
이미 당시 영상을 찾아본 선수도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베테랑 리베로 임명옥(37)은 "어제 4년 전 챔피언결정전을 봤다"며 "우승과 패배의 차이는 '한 끗'차이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아쉬움을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도로공사의 외국인 선수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에게도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의미 있다.
그는 2019년 챔피언결정전엔 출전하지 않았지만, 흥국생명에 갚아야 할 빚이 있기 때문이다.
캣벨은 2021년 4월 외국인 드래프트를 통해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지만, 2021-2022시즌을 마친 뒤 재계약에 실패해 한국을 떠나야 했다.
그는 올 시즌 한국도로공사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 팀을 최고 무대로 이끌었다.
캣벨은 "상대가 흥국생명이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겠다"며 "다른 경기와 똑같다고 생각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