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경기 전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애스트로스 감독은 '늦둥이 아들' 대런 베이커(워싱턴 내셔널스 산하 마이너리그)의 어깨를 감싸며 다정하게 대화했다.
그러나 경기 뒤에는 자신을 찾아온 아들에게 "나중에 얘기하자"고 손을 내저었다.
베이커 감독은 "아들을 사랑하지만, 지는 건 싫다"고 말했다.
대런 베이커는 1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더 볼파크 오브 팜비치에서 열린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시범 경기에 교체 출전했다.
9회초에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3-7로 뒤진 9회초 무사 만루, 대런 베이커는 데빈 콘을 공략해 왼쪽 담을 넘어가는 동점 만루포를 쳤다.
아직 마이너리거인 대런 베이커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친 첫 홈런이었다.
대런 베이커의 만루포로 동점을 만든 워싱턴은 9회초에 4점을 더 추가해 11-7로 역전승했다.
경기 뒤 대런 베이커는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믿을 수 없다. 유체 이탈을 경험한 느낌"이라며 "1루 주자 지터 다운스가 나를 바라보며 소리치고 있었다. 이후에는 어떻게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고 감격을 표했다.
'적장'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아들 대런이 공을 맞힐 것이라고는 예상했다. 대런은 좀처럼 삼진을 당하지 않는 타자"라며 "희생플라이 정도 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홈런을 쳤다. 결국 우리 팀 승리를 빼앗아 갔다. 내가 오늘 아들을 자랑스러워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감독과 아버지 사이에서 느낀 복잡한 감정을 설명했다.
일단 베이커 감독은 '앵그리 파파'로 남기로 했다.
대런 베이커는 "경기 뒤에 휴스턴 더그아웃으로 달려갔는데, 아버지가 나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며 "'나중에 만나던가, 통화를 하자'고 나를 돌려보냈다"고 전했다.
대런 베이커는 더스티 감독이 50세이던 1999년에 얻은 아들이다.
아들 대런 베이커는 3살이던 2002년에 배트 보이로 나섰는데, 그해 애너하임 에인절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월드시리즈에서 인플레이 도중 홈플레이트 근처에 있다가 선수와 충돌할 뻔했다. 이 장면 때문에 메이저리그는 배트 보이 연령을 높였다.
2021년 워싱턴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대런 베이커는 아직 정규시즌에서는 빅리그 무대에 서지 못했지만, 지난해부터 시범경기에는 '초청 선수' 신분으로 참가했다.
2022년 3월 21일 휴스턴과 워싱턴의 시범경기에서는 '베이커 부자(父子)'가 라인업 카드를 교환한 뒤 진하게 포옹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자의 승패가 갈린 2023년 3월 18일 경기 뒤에는 '패장'이 된 아버지가 아들을 외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