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세징야가 아주 피곤했을 텐데 좋은 기량을 보여줬습니다."
지난 8일 '난적' FC서울과 난타전 끝에 2-2로 비긴 대구FC의 김병수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1골 1도움을 작성하며 팀이 뽑아낸 2골에 모두 관여한 '대구의 왕' 세징야에 대해 "주장으로서 솔선수범하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구는 서울과 하나은행 K리그1 2025 25라운드 원정에서 실점하고 따라붙는 양상으로 치열하게 맞붙은 끝에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특히 후반 23분 세징야가 헤더로 역전골을 터트리는 듯했지만, 앞서 이용래가 황도윤과 경합하는 상황에서 반칙을 범한 게 비디오판독(VAR)을 통해 발견돼 득점이 취소된 게 뼈아팠다.
결국 대구는 14경기 연속 무승(5무 9패)의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며 승점 15로 꼴찌에 머물렀다.
11위 FC안양(승점 27)과의 승점 차도 12점이나 벌어진 상태라 '자동 강등'의 그늘이 점점 짙어지는 모양새다.
2016년 챌린지리그(현 K리그2)에서 2위를 차지하며 2017년 클래식(현 K리그1)으로 올라선 대구는 1부리그 무대에서 2017년 8위, 2018년 7위를 차지한 뒤 3년 연속 상위 스플릿(2019년 5위·2020년 5위·2021년 3위)에 머무르며 '다크 호스'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대구는 2022년 8위로 떨어졌다가 2023년 6위로 시즌을 마치며 반등을 예고했지만, 지난해 11위로 추락해 승강 플레이오프(PO)에 몰리며 강등 위기를 맞았다.
승강 PO 1차전에서 3-4로 패한 대구는 2차전에서 3-1로 승리하며 힘겹게 1부 생존에 성공했다.
당시 PO 1, 2차전에서 세징야는 3골을 담당하며 대구가 1부에 잔류하는 데 일등 공신이 됐다.
기적처럼 K리그1 무대에 남았지만 대구는 이번 시즌 더 무너지면서 25라운드까지 3승 6무 16패(26득점 47실점)의 초라한 성적으로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구는 시즌 초반부터 부진에 빠지자 지난 5월 김병수 감독을 소방수로 투입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최근 서포터스와 공청회를 통해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대구FC 혁신위원회'를 설치하는 동시에 조광래 대표이사가 시즌 종료 뒤 물러나고 선수강화부장을 즉시 해임하는 고육지책을 꺼내 들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대구는 7일 서울과 맞붙었고,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지만 골 취소의 불운 속에 2-2로 비겼다.
비록 무승부에도 대구는 경기 내용에서 '한 줄기 빛'을 찾은 모양새다.
김병수 감독은 기존 스리백 대신 포백 전술을 꺼내 들었다.
그는 "그동안 지키는 축구만 하다가 오늘 한 단계 앞으로 나가는 축구를 시도한 게 괜찮았다. 서울과 대등하게 경기했다"고 평가했다.
서울과 무승부는 1골 1도움을 작성한 '공격이 핵심' 세징야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공격적인 포백 전술로 바뀌면서 세징야에게 더 많은 공격 기회가 주어졌다.
세징야는 0-1로 끌려가던 전반 34분 중앙선 부근에서 서울 골키퍼 강현무가 전진한 것을 보고 50m가 훌쩍 넘는 초장거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냈고, 후반 19분에는 정치인의 재동점골을 도왔다.
대구가 뽑아낸 2골에 모두 관여한 세징야는 K리그 통산 세 번째이자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70-70클럽'(108골 70도움)에 가입하는 기쁨도 맛봤다.
세징야는 올 시즌 6골 4도움을 작성하며 대구 선수단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에 도달했다. 팀 내 최다 득점이자 최다 도움이다.
결국 대구는 '꼴찌 탈출'의 희망을 세징야의 뜨거워진 발끝에 기대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여기에 팀 내 두 번째 다득점(4골)인 라마스도 7경기째 이어지는 골 침묵을 끝내야 하는 숙제도 떠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