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52번'은 키움 최초 영구결번이 될 수 있을까(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를 대표하는 거포였던 박병호(39)가 은퇴하고 구단 코치로 복귀했을 때, 키움 팬들은 구단 역사상 최초의 영구결번을 조심스럽게 기대했다.
키움 구단은 당장 영구결번 지정 계획은 없어도, 박병호가 달았던 '52번'이 추후 유력한 후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박병호는 KBO리그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거포다.
2005년 LG 트윈스에서 데뷔해 2011년 넥센(현 키움)으로 이적한 그는 뒤늦게 기량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리그 홈런 1위를 달렸고, 미국 메이저리그(MLB) 미네소타 트윈스를 거쳐 KBO리그에 복귀한 뒤 2019년에도 홈런왕을 차지했다.
데뷔 팀인 LG에서 홈런 24개, 자유계약선수(FA)로 이적했던 kt wiz에서 53개, 현역 마지막 팀이었던 삼성에서 38개를 날렸던 그는 키움에서만 303개의 홈런을 때렸다.
키움 구단은 올 시즌을 끝으로 삼성에서 현역 생활을 마감한 박병호에게 곧바로 연락해 잔류군 선임코치로 영입했다.
'국민 거포'로 사랑받던, 팀을 대표하는 선수였던 박병호를 4년 만에 다시 팀으로 데려온 것이다.
자연스럽게 키움 팬들 사이에서는 영구결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박병호가 2022년 키움을 떠나 kt로 이적할 당시, 키움이 원체 FA 협상에 소극적이라 '영구결번 지정'의 명분을 잃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키움 구단은 박병호가 달았던 '52번'에 큰 의미를 두면서도, '구단 역사상 1호'라는 점 때문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지금까지 KBO리그에 영구결번을 남긴 선수는 18명이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김영신(OB 베어스)이 달았던 54번이 추모 의미를 담아 1986년 리그 최초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된 이후 올해 오승환의 21번이 삼성 영구결번으로 남기까지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비교적 구단 역사가 짧은 키움과 NC 다이노스, kt는 영구결번이 없는 구단이다.
키움 구단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보통 영구결번은 팀 우승에 여러 번 공헌하거나 한 팀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선수에게 돌아가는 영광이다.
팀을 옮겼던 선수가 영구결번으로 지정된 사례는 양준혁(삼성·10번)과 최동원(롯데 자이언츠·11번), 박경완(SSG 랜더스·26번) 3명뿐이다.
이들은 모두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구단 뜻대로 트레이드돼 팀을 떠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박병호가 히어로즈 구단에 남긴 업적과 영향력은 '원클럽맨' 여부와 무관하게 구단 역사를 바꿀 만큼 컸다.
2008년 창단 후 하위권을 전전했던 히어로즈는 박병호 영입 후 2010년대 신흥 강호로 도약해 리그에 새바람을 불러왔다.
구단 관계자는 4일 연합뉴스에 "박병호 코치를 영입한 뒤 영구결번 논의가 있었던 건 아니며, 당장 계획도 없다"며 "시간을 두고 논의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박병호의 '52번'은 그가 2022년 팀을 떠난 뒤 아무도 달지 않았던 사실상 '임시 영구결번' 상태다.
관계자는 "우리 팀에서 데뷔했던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같은 선수가 추후 MLB에서 경력을 끝내고 팀에 돌아온 뒤 창단 첫 우승을 이끈다면 그 번호가 1호 영구결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