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한화 이글스 대 LG 트윈스 경기. 8회 초 2사 때 LG 중견수 박해민이 한화 최재훈의 타구를 잡고 있다. 2025.8.10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야구 선두 LG 트윈스는 지난주 4승 2패를 거둬, 2승 4패에 그친 2위 한화 이글스와의 격차를 2게임으로 벌렸다.
LG는 후반기 17승 4패(승률 0.810)를 거두며 대권에 도전하고 있다.
염경엽 LG 감독은 "고참들이 잘해주고 있다. 개인 성적이 좋지 않아도 공수에서, 더그아웃에서 제 역할을 한다"며 "더그아웃 분위기가 좋으니, 고비를 넘고 다시 선두 싸움을 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지난주 LG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한 장면 두 개가 있었다.
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0-1로 뒤진 4회말 무사 1, 2루에서 신인 박관우가 희생 번트를 시도하다가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박동원도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박해민이 볼넷을 얻어 2사 만루 기회가 이어졌다.
신민재가 2루수를 맞고 우익수 쪽으로 굴절된 행운의 2루타를 치자,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기민한 주루로 1루에서 홈까지 파고든 박해민은 더그아웃에 도착하자마자, 박관우를 꽉 안아줬다.
번트 실패로 의기소침해 굳어 있던 박관우는 박해민의 위로에 울컥했다.
LG는 이날 두산을 4-3으로 눌렀다.
8일 잠실 한화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1-1로 맞선 연장 10회말 1사 2루, 오지환이 전진 수비하던 좌익수 뒤쪽으로 타구를 날렸다.
대주자로 나선 고졸 2년 차 손용준은 주춤하다가 너무 늦게 스타트했고, 3루에서 멈췄다.
굳은 표정으로 3루에 서 있던 손용준은 곧 안도하는 표정으로 홈에 들어왔다.
박동원의 고의사구로 1사 만루가 됐고, 천성호가 한화 마무리 김서현을 공략해 끝내기 안타를 쳤다.
천성호를 중심으로 끝내기 세리머니가 펼쳐졌지만, 2루에 있던 오지환, 손용준과 교체돼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던 김현수는 손용준을 향해 달려갔다.
천성호도 손용준에게 달려가 진하게 포옹했다.
LG 주장 박해민은 "모든 선수가 실수를 범한다. 베테랑들도 숱한 실패를 겪으며 성장했다"며 "동료가 실수했을 때, 다른 동료가 만회하면 실수한 선수에게 큰 위로가 된다. 동료가 만회하면, 앞서 한 실수는 '문제가 아닌 것'이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LG 선배들은 실수한 후배를 감쌌고 승리도 챙겼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10회말 1사 만루 LG 천성호가 끝내기 안타를 친 뒤 김현수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LG가 2-1로 승리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2025.8.8 [email protected]
염 감독도 더그아웃에서 끈끈한 분위기를 목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고참들이 부진했을 때 더그아웃 분위기가 함께 처지곤 했다. 올해에는 고참들에게 '개인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도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하자'고 강조했다"며 "전반기가 끝나고 선수단 회식을 하면서도 같은 말을 했다. 선수들이 정말 분위기를 잘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칭찬이 이어졌다.
염 감독은 "주장 박해민이 시즌 초반 개인 타격 성적이 안 좋았는데도 수비에서 최선을 다하고,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을 챙겼다. 올 시즌 힘든 시간을 보내는 오지환도 경기장 안팎에서 팀에 도움을 주고자 애쓴다"며 "둘 외에도 박동원, 김현수, 김진성 등 고참들이 잘 이끌면서 팀에 '할 수 있어', '뒤집을 수 있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시즌 초 선두를 달리다가, 7월 5일에 3위까지 처졌던 LG는 8월에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위기는 또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염 감독은 어떤 위기도 현재의 끈끈한 팀 워크로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