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최권을 사실상 따낸 사우디아라비아의 월드컵 경기장 중 한 곳이 한국인 건축가의 설계로 지어진다.
3일 외신에 따르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FIFA에 11개 축구장 신축 계획을 제출했다. 이 중 수도 리야드에 신축되는 8개 경기장 가운데 4만5천여석 규모인 '뉴 무라바 경기장'의 내부 설계를 영국에서 활동하는 박태원(38) 건축가가 맡는다.
박 건축가는 일종의 지명설계경쟁 방식으로 진행된 공모에서 적층된 사막 평원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표 수종인 아카시아의 형태와 껍질 질감에서 영감을 받아 유기적이고 비대칭적인 형태의 내부 설계안을 제시해 채택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직접 설계안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건축가는 "기존의 관습적인 경기장 설계에서 벗어나 마치 박물관이나 갤러리에서 볼 수 있는 공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박 건축가는 2032년 완공 예정인 이 경기장의 인테리어를 책임지고 이끌게 된다.
그는 2014년 아주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2017년 영국 왕립예술학교(RCA)에서 건축석사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영국 최고의 건축 학교로 꼽히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바틀렛 건축학교에서 왕립건축가 과정을 마쳤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한글주간을 맞아 서울 국립한글박물관 잔디광장에 '파빌리온 이음'을 선보이기도 했다.
박 건축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측과 계약 관계를 들어 자신이 속한 회사 이름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1946년 설립된 이 회사는 영국에 본사를 두고 주로 유명 건축가와 협업해 엔지니어링을 하지만, 이번 뉴 무라바 경기장 프로젝트는 설계부터 엔지니어링까지 모두 담당한다고 소개했다. 박 건축가는 이 회사 본사의 6천명 직원 중 유일한 한국인 건축가다.
박 건축가는 자신의 설계안이 채택된 데 대해 "이 프로젝트는 내게 큰 영감과 도전을 줬다"면서 "비전이 현실로 다가올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인 공간 요소에 대해 질문하고 관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의 가치와 이야기를 창출하는 데 관심을 두고 전 세계에서 새로운 건축 프로젝트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34년 월드컵 유치 의향서를 낸 유일한 나라로, 올해 연말 예정된 FIFA 총회 의결만 거치면 개최국 자격을 얻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리야드를 비롯해 5개 도시의 15개 축구장에서 2034년 월드컵을 치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