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비겨도 된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렸습니다."
6년 만에 프로축구 K리그1 무대로 복귀한 제주 유나이티드의 김학범 감독에게 2024시즌은 아쉬움이 가득 남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제주의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파이널A 진입 →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진출 → K리그1·FA컵 우승'이라는 단계별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새 시즌 개막과 함께 제주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야 했다.
제주는 개막 6경기까지 3승 1무 2패의 준수한 성적을 보여줬지만, 갑작스러운 부상 변수로 7~10라운드에서 4연패에 빠지며 순위가 급락했다.
수비수 임채민, 미드필더 김건웅을 비롯해 스트라이커 유리 조나탄과 골키퍼 김동준까지 포지션별 핵심 자원들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제주는 이후 좀처럼 상위권으로 치고 나가지 못했다.
결국 제주는 33라운드를 8위로 마치며 김 감독의 공약이었던 파이널A(1~6위)에 진입하지 못하고 파이널B에서 '강등권 탈출' 경쟁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제주는 33라운드 대전하나시티즌전에서 2-1 승리를 시작으로 파이널B의 첫 경기인 34라운드에서도 인천 유나이티드를 2-1로 이기더니 35라운드에서 전북 현대를 1-0으로 꺾고 3연승을 내달렸다.
제주가 이번 시즌 3연승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7위로 올라선 제주(승점 47)는 이제 11월 3일 오후 2시 DGB대구은행파크에서 10위 대구FC(승점 39)를 상대로 36라운드 원정에 나선다.
이번 경기는 제주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제주는 대구에 패하지만 않으면 시즌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다음 시즌 K리그1 잔류를 조기 확정한다.
파이널A 진입의 실패는 가슴이 아프지만, 제주는 대구를 상대로 비기기만 해도 강등 걱정 없이 차분하게 다음 시즌 준비에 나설 수 있게 된다.
K리그1 파이널B에서 12위 팀은 다음 해 K리그2로 곧바로 강등되고, 11위 팀은 K리그2 2위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1부 잔류에 도전한다.
K리그1 10위 팀은 K리그2 3∼5위 팀이 치르는 플레이오프 승자와 1부 생존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대구전을 앞둔 제주의 분위기는 '맑음'이다.
전북을 꺾고 3연승을 달성하면서 수비수 송주훈이 이번 시즌 자신의 마수걸이 득점포를 터트리는 기쁨을 맛봤고, 미드필더 최영준도 부상을 떨쳐내고 전북전에서 교체 출전하며 전력이 든든해졌다.
김학범 감독은 3경기밖에 남지 않은 K리그1을 '6연승'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생각뿐이다.
제주는 대구전 이후 광주, 대전과 잇달아 대결한다. 대구전에서 K리그1 잔류를 조기 확정하고 나면 부담 없이 광주와 대전전에 대비할 수 있다.
특히 남은 경기에서 다 이기면 제주는 올 시즌 18승 2무 18패를 기록, 승률 5할로 마무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김 감독은 오직 '대구전 승리'만을 생각한다.
김 감독은 "비겨도 된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렸다"라며 "매 경기가 '승점 6'이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