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북한이 '강호' 미국을 꺾고 2024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 결승에 선착하며 통산 세 번째 우승을 향한 9부 능선을 넘었다.
북한 여자 U-20 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콜롬비아 칼리의 에스타디오 올림피코 파스쿠알 게레로에서 열린 미국과 대회 준결승에서 1-0으로 승리했다.
FIFA U-20 여자 월드컵에서 두 차례 우승(2006·2016년)과 한 차례 준우승(2008년)을 차지한 북한은 또 다른 준결승에서 네덜란드를 2-0으로 물리친 일본과 23일 결승전을 치러 8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역대 U-20 여자 월드컵에서 아시아 팀끼리 결승전을 펼친 것은 2006년 대회에서 북한과 중국이 맞붙은 이후 역대 두 번째다.
독일과 함께 이 대회 역대 최다 우승(3회)에 빛나는 미국은 12년 만의 우승 기회를 놓치고 22일 네덜란드와 3-4위 결정전을 치른다.
북한은 전반 22분 선제골을 터트렸고, 주인공은 '골잡이' 최일선이었다.
최일선은 김선옥이 중원에서 찔러준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정면 부근에서 왼발 슈팅으로 미국 골대 오른쪽 구석에 볼을 꽂았다. 최일선의 득점은 결승골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 5골을 터트린 최일선은 나탈리아 벤디투(브라질), 히지카타 마야(일본·이상 5골)와 함께 득점 공동 1위로 올라섰다.
북한의 공세는 후반전에도 매서웠다.
후반 13분 역습 상황에서 김성경의 침투 패스를 받은 최일선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때린 왼발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3분 뒤 전령정이 페널티아크 앞에서 시도한 오른발 슈팅도 몸을 날린 골키퍼 손끝에 걸려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힘겹게 반격에 나선 미국은 후반 24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파고든 앨리슨 센트너가 북한의 김성옥에게 막혀 넘어지자 곧바로 비디오 판독(VAR)을 요청했다.
하지만 주심은 리플레이 화면을 본 뒤 김성옥이 볼을 먼저 터치했다며 정상적인 플레이로 인정해 미국에 페널티킥을 주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비디오 판독 심판 없이 주심이 감독의 비디오 판독 요청(팀당 2차례)을 받으면 리플레이 화면을 보고 반칙 여부를 결정하는 '풋볼 비디오 서포트'(FVS)를 가동하고 있다.
공세 수위를 높인 미국은 후반 31분 피에트라 토딘이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때린 오른발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결정적인 동점골 기회를 놓쳤다.
북한은 미국의 막판 공세를 막아내고 한 골 차 승리를 지켜내며 결승 진출의 기쁨을 맛봤다.
또 다른 준결승전에서는 마쓰쿠보 마나카의 멀티골을 앞세운 일본이 네덜란드를 2-0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합류했다.
역대 U-20 여자 월드컵에서 1차례 우승(2018년)을 맛본 일본은 북한을 상대로 2022년 대회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어내고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노리게 됐다.
반면 네덜란드는 2022년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준결승의 고비를 넘지 못하며 3-4위전으로 밀렸다.
일본은 전반전에만 12개의 슈팅을 퍼붓는 공세를 이어갔지만, 전반 추가시간 막판 오야마 아에무의 오른발 슈팅마저 골대를 때리는 불운 속에 득점을 따내지 못했다.
네덜란드는 일본의 공세를 막느라 '전반전 슈팅 제로'의 굴욕을 맛봤다.
후반 10분 마쓰쿠보의 득점포가 터졌고, 이 득점은 결승골이 됐다.
마쓰쿠보는 페널티지역 오른쪽 구석으로 파고든 마쓰나가 미유의 컷백을 골 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네덜란드의 골그물을 흔들었다.
마쓰쿠보는 후반 38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오른발로 추가골마저 책임지며 일본의 2-0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