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24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많은 전문가는 삼성 라이온즈를 하위권 팀으로 분류했다.
삼성은 2023시즌 8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데다 비시즌에 굵직한 전력 보강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유계약선수(FA) 김재윤 영입을 제외하면 큰돈을 들여 영입한 선수가 없었다.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과 재계약도 끌어내지 못했다.
삼성은 3월 22일에 열린 프로야구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찬밥 신세였다.
조명은 이범호 신임 감독이 부임한 KIA 타이거즈와 류현진이 복귀한 한화 이글스,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 등에 쏠렸다.
본 행사 후 열린 10개 구단 선수 인터뷰에서도 삼성 구단 테이블은 한산했다.
미디어데이에 참가했던 삼성 주장 구자욱은 18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시엔 질문 자체를 받지 못했다"며 "모두가 우리에겐 관심이 없었다. 소외된 느낌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고 돌아봤다.
그는 "기분이 이상하더라"라며 "하지만 10등이 1등을 이기는 게 스포츠이고, (개막 전) 평가도 우리가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전문가들의 평가를 보기 좋게 뒤집었다.
4월 중순 3위로 올라선 뒤 단 한 번도 5위 밑으로 추락하지 않고 상위권을 유지했다.
지난달엔 LG 트윈스를 끌어내리고 2위로 올라섰다. 이제는 2위 확정에 매직 넘버 2를 남겨뒀다.
삼성의 질주엔 미디어데이에서 자극받았던 구자욱의 맹활약이 녹아있다.
구자욱은 18일까지 타율 0.337, 31홈런, 111타점을 기록 중이다.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최다 타점을 경신했다.
규정 타석을 채운 국내 타자 중 타율은 김도영(KIA 타이거즈)에 이어 2위, 타점은 국내 선수 1위다.
시즌 OPS(장타율+출루율)는 1.025로 전체 타자 중 김도영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구자욱의 활약상은 마지막 순위싸움이 펼쳐지는 9월 이후 더욱 빛나고 있다.
그는 이달에 열린 12경기에서 타율 0.479, 7홈런, 20타점을 몰아쳤다. OPS는 무려 1.506에 달한다.
타율, 홈런, 타점, OPS 모두 1위다.
구자욱은 "올해엔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중의 하나는 발을 벌리지 않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올 시즌 타석에서 다리, 허리를 거의 굽히지 않는 자세로 타격한다.
마치 꼿꼿하게 서 있는 느낌마저 든다.
구자욱은 "다리를 벌리고 허리를 굽히면 타석마다 타격폼이 조금씩 달리질 수밖에 없다"라며 "한 가지 타격폼으로 시즌을 이어가고 싶었고, 이에 '차렷 자세'의 타격폼이 나왔다. 내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