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결산] ③도쿄 참사로 바닥 드러난 KBO 투수력…제도 개편 요구 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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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결산] ③도쿄 참사로 바닥 드러난 KBO 투수력…제도 개편 요구 분출

빅스포츠 0 1,316 2023.03.14 08:01

사라진 국제무대 에이스…기본기 상실·프로구단 육성 전략 부재 '총체적 난국'

처우 개선해 우수 지도자 현장 영입·외국인 선수 제도 손질해 경쟁력 강화해야

쉽지 않은 투수기용
쉽지 않은 투수기용

(도쿄=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체코의 경기.
6회초 투수교체를 위해 한국 이강철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와 있다. 2023.3.12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야구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당한 '도쿄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은 마운드에 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와 WBC 본선 1라운드 1차전에서 7점을 뽑았지만 8점을 내주고 패했다.

한국은 8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호주전에 무려 7명의 투수를 투입하고도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호주의 화력을 당해내지 못했다.

충격적인 '한일전 대패'의 원인도 투수력에 있다. 한국은 10일 일본과 2차전에서 3점을 먼저 내고도 불펜 투수들의 집단 난조로 뭇매를 맞고 4-13으로 졌다.

한국은 아마추어급 선수들로 구성된 '약체' 체코와의 3차전에서도 3점을 내줬다.

한국 야구의 투수력이 얼마나 허약한 지 이번 대회에서 바닥을 드러냈다.

이제 투수력 강화는 한국야구 부활의 가장 큰 숙제가 됐다.

좋은 투수들을 키워내지 못하면 2026 WBC에서도 참담한 결과를 얻을 것이 자명하다.

공 바라보는 김윤식
공 바라보는 김윤식

(도쿄=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 6회말 한국 투수 김윤식이 공을 바라보고 있다. 2023.3.10 [email protected]

◇ 한국 야구의 실패, 떨어진 투수력이 핵심

한국 야구대표팀의 역대 국제대회 성적은 투수력에 따라 갈렸다.

4강 진출에 성공한 2006 WBC, 금메달을 차지했던 2008 베이징올림픽, 2009 WBC 준우승의 환희는 마운드에서 시작했다.

'봉의사' 봉중근, '국민 노예' 정현욱, '에이스' 류현진과 김광현 등 주요 투수들은 중요한 경기마다 특급 피칭을 펼치며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반면 투수력 문제가 대두됐던 대회에선 여지없이 무너졌다.

류현진 등 주요 투수들이 불참한 2013 WBC, 김광현 등이 부상으로 빠진 2017 WBC에서는 여지 없이 무너졌다.

이번 대회도 그랬다. 한국은 준비과정부터 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뽑을 만한 투수가 없자 김광현, 양현종 등 30대 중반의 베테랑을 다시 뽑아야 했다.

또 학교폭력 논란을 빚은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선발 여부를 막판까지 고민했다. 한국 야구의 투수층이 얇고 허약해졌다는 증거였다.

최근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면면을 봐도 한국 투수의 위상이 얼마나 내려갔는지 짐작할 수 있다.

과거 빅리그를 밟은 한국 선수들의 대다수는 투수였지만, 지금은 정반대가 됐다.

1990년대 이후 출생한 한국 선수 중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밟은 선수는 최지만, 배지환(이상 피츠버그 파이리츠),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박효준(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산하 마이너리그) 등 모두 야수다.

'희비교차'

(도쿄=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 3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일본 요시다에게 2타점 역전 안타를 허용한 한국 원태인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3.3.10 [email protected]

◇ 투수 키워내지 못하는 한국 야구…젖줄부터 말랐다

한국 야구는 왜 이렇게 됐을까. 현장에선 명확한 이유가 있다고 진단한다.

우선, 프로야구의 젖줄인 고교야구인들은 훈련 환경이 변하면서 제대로 된 투수를 육성하지 못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명문 덕수고의 정윤진 감독은 "몇 년 전 출석 인정 결석 허용 일수가 줄어들면서 선수들이 기초 훈련을 할 만한 시간이 줄어들었다"며 "구속을 끌어올리고 제구력을 키우기 위해선 하체 강화 훈련 등 기초 체력 훈련을 충분히 해야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선수들은 수업이 끝나는 오후에 훈련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훈련 시간의 제한으로 학생 선수들은 기본 훈련보다 당장 성적을 낼 수 있는 투구 등 실전 훈련에만 집중하게 됐고, 발전 기회를 놓쳤다는 이야기다.

학생 선수들의 학업 문제는 야구계뿐만이 아닌 체육계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정부는 최근 체육계 목소리를 듣고 출석 인정 결석 허용 일수를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여전히 제약이 많다고 지적한다.

한 서울권 야구팀 감독은 "최근 교육청에서 공문이 내려왔다"며 "결석 허용 일수를 시간별로 계산하겠다는 내용인데,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훈련 환경은 예전보다 더 나빠지게 된다"고 전했다.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문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현장에선 좀 더 유연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흔들리는 김광현
흔들리는 김광현

(도쿄=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 3회말 무사 1, 3루 상황에서 일본 곤도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23.3.10 [email protected]

◇ KBO리그가 문제…팀은 늘었는데 투수는 없다

대표팀 투수력이 약해진 건 무엇보다 KBO리그의 책임이 크다.

KBO리그는 불과 10여 년 전까지 메이저리거급 투수들이 기세를 올리던 무대였다.

류현진과 김광현, 윤석민, 양현종, 오승환 등이 수준 높은 야구를 펼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러나 최근 프로야구 투수들의 전반적인 기량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한국 야구 투수들의 현주소는 기록으로도 증명된다.

2021시즌 KBO리그에서 나온 볼넷은 총 5천892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KBO리그는 이런 문제 때문에 2022시즌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했지만, 이는 임시변통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KBO리그엔 MLB에 도전할 만한 투수도 없다.

지난 시즌 KBO리그에서 뛴 MLB 출신 야시엘 푸이그는 안우진에 관한 질문에 "MLB에서 통할지는 의문"이라고 답했다.

한국야구 투수들은 하향 평준화한 지 오래다.

이런 배경은 KBO리그 시스템과 맞닿아있다.

프로야구는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서 양적 팽창에 성공했지만, 투수 자원의 질적 팽창은 이루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 번도 풀타임을 경험하지 못했던 고졸 투수들을 곧바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하는 등 근시안적인 전력 운용에 집중했다.

마이너리그, 2군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량 발전을 도모하는 미국, 일본 야구와는 차이를 보인다.

지난 시즌 일본 프로야구 최연소 퍼펙트 투구를 달성한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머린스)는 2021시즌 11경기, 지난 시즌 20경기에만 출전했다. 일본은 긴 호흡으로 투수를 키워낸다.

프로야구에서 제대로 된 훈련 과정을 소화하지 않고 마운드에 올랐다가 볼넷을 남발하고 그저 그런 투수가 된 선수는 한두 명이 아니다.

'힘드네..'

(도쿄=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
7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폭투로 1실점 한 한국 이의리가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23.3.10 [email protected]

◇ 어디부터 손봐야 하나…고개 드는 외국인 선수 제도 개편안

KBO리그 투수 상향 평준화를 위해선 국내 현실에 맞는 토양을 다져야 한다.

당장 구단의 수를 줄일 순 없으니 투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먼저 우수한 지도자를 다시 야구장으로 불러야 한다.

현재 KBO리그 코치들의 대우는 민망한 수준이다. 초임 코치 연봉은 5천만원 정도다.

선수단 전력 향상의 핵심인 코치들이 해당 팀 신입 사원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이런 환경은 야구인을 야구 울타리 밖으로 내몬다. 프로에서 이름을 날렸던 우수한 선수 출신 지도자들은 연예계와 유튜브 방송 등 야구계 밖에서 돌고 있다.

좋은 지도자 없이는 좋은 선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우수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야구는 8개 구단 체제에서 팀당 2명의 외국인 선수를 기용하다 10개 구단으로 재편한 뒤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한 명 더 늘리는 데 그쳤다.

반면 일본은 보유 선수에 제한이 없고, 연봉 상한도 없다.

우수한 선수들이 모인 리그는 치열한 생존 싸움을 펼치며 발전하기 마련이다.

KBO리그가 외국인 선수 제도를 유연하게 개정한다면 리그의 질을 개선하고 상향평준화를 도모할 수도 있다.

한국 야구는 위기다. 2023 WBC에서의 실패는 2023시즌 KBO리그의 흥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반등의 기회는 위기 속에서 찾아온다. 한국 야구는 다시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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