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첼시(잉글랜드)의 임시 사령탑으로 나선 '옛 제자' 프랭크 램퍼드 감독에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히딩크 전 감독은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램퍼드 감독을 임시직으로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시즌에도 팀을 이끌도록 자신감을 줘야 한다. 그는 첼시를 잘 알고 있다. 연속성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첼시에서 648경기 211골을 기록한 대표 레전드 램퍼드 감독은 최근 팀을 위기에서 건져낼 '소방수'로 낙점됐다. 다만 이번 시즌까지만 지휘봉을 쥔다.
1995년부터 프로 무대에서 뛴 그는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첼시의 중원을 책임지며 황금기를 이끌었다.
2017년 은퇴한 후 지도자로 변신한 램퍼드 전 감독은 2019년 7월 친정인 첼시 감독으로 부임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2021년 1월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면서 첫 번째 동행은 '실패'로 끝났다.
두 번째 동행을 시작한 램퍼드 감독을 향해 히딩크 전 감독은 "나는 그를 잘 안다. 지금 상황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지지했다.
첼시와 '1차 동행' 실패에 대해 "당시 램퍼드 감독이 그렇게 큰 책임을 지기에는 이른 시점이었다. 그때 막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경험이 많아졌다"고 옹호했다.
히딩크 전 감독은 한국을 비롯해, 네덜란드, 호주 등 세계 각국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에인트호번(네덜란드), 페네르바체(튀르키예) 등 클럽팀도 여러 번 맡았다.
이전 구단주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인연으로 2009년, 2015년에는 첼시의 지휘봉도 쥐었다. 둘 다 시즌 중 감독이 경질된 상황에서 지휘 공백을 막는 '구원투수' 역할이었다.
이 중 2009년 1기 히딩크 체제에서 미드필더로 맹활약한 첼시의 '간판'이 램퍼드 감독이었다.
마이클 에시엔-미하엘 발라크-램퍼드로 이어지는 중원을 내세운 히딩크호 첼시는 당시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컵을 들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에서 FC바르셀로나(스페인)와 혈투를 벌이기도 했다.
특히 UCL 4강 2차전에서 주심의 오심 논란 속 1-1 무승부(1차전 원정 0-0 무승부)를 기록해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아깝게 결승행 좌절됐다.
히딩크 전 감독은 "램퍼드 감독에 대한 좋은 기억이 많다. 라커룸에서 훌륭했고, 전통적인 미드필더로서 축구 지능이 높았고, 특히 페널티박스 주변에서 위협적이었다"며 "팀에 항상 긍정적으로 기여했다. 소리 지르지 않고도 동료들이 최선을 다해 경쟁하도록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내가 그를 좋아하는 건 가끔 벤치에 둘 때도 기분 나쁜 표정을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평 없이 내 결정을 수용했다"고 칭찬했다.
14년 전 문제의 바르셀로나전을 두고 "영상으로 경기를 돌아보면 누구라도 우리가 최소 페널티킥 2개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며 여전히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다.
램퍼드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지난 2일 경질된 그레이엄 포터 감독의 후임이다.
포터 감독은 지난해 9월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의 지휘봉을 놓고 첼시에 합류했지만, 그가 팀을 맡은 7개월간 정규리그 성적은 7승 5무 8패로 이긴 날보다 진 날이 많았다.
포터 감독이 사령탑을 맡을 당시 6위였던 첼시의 순위는 점점 추락했고, 시즌 종료까지 9경기를 남긴 현재 11위(10승 9무 10패·승점 39)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