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린 고양 캐롯의 전성현은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다면서도 5차전 출전을 예고했다.
캐롯은 8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6강 PO(5전 3승제) 4차전 홈 경기에서 울산 현대모비스를 87-80으로 물리치고 2승 2패로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최고 수훈 선수는 혼자서 35점 17리바운드 3스틸 2블록슛을 기록한 디드릭 로슨이다.
그러나 전성현도 15분간 3점 3방을 몰아치며 현대모비스의 수비에 균열을 냈다.
이 경기는 '돌발성 난청'이 최근 악화한 전성현이 지난달 18일 원주 DB전 이후 처음으로 코트를 밟은 경기다.
신체의 위치, 회전을 느끼는 전정기관과 인접한 달팽이관에 이상이 생긴 전성현은 슈터로서 필수적인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간헐적 두통을 느끼는 상태다.
3주간 5대5 연습 경기도 소화하지 못했다는 전성현은 실제로 활동량이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승부처마다 3점을 꽂아 넣은 전성현의 활약에 현대모비스는 전담 수비수를 둘 수밖에 없었고, 수비 밀집도가 떨어지자 캐롯의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3쿼터 종료 3분여 전 게이지 프림 앞에서 3점을 터뜨려 역전을 이끈 전성현은 쿼터 종료 직전 조한진의 속공 득점을 돕는 절묘한 롱 패스로 홈팬들을 열광케 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전성현은 "중요한 경기였는데 계속 결장해서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팬분들께도 죄송한 마음"이라며 "고민이 정말 많았다. 뛰게 되면 과연 도움이 될지 계속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3차전을 보니 선수들이 너무 안쓰러웠다. 안 뛸 수가 없었다. 도움이 될지는 이제 생각하지 말고 코트로 돌아가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상대 수비 밀집도를 낮추는 '전성현 효과'가 바로 성치 않은 몸 상태에도 복귀한 이유라고도 했다.
전성현은 "이정현과 로슨에게 몰리는 수비를 분산해주고 싶었던 게 내가 출전한 이유다. 내 공격을 화려하게 성공하거나, 어시스트를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니었으니 오늘 내 목표는 다 이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정현은 "전성현 형이 뛰면 상대 최고 수비수가 그쪽에 붙어 파생 효과가 모든 선수에게 미친다. 더 확률 높은 외곽슛을 던질 수 있고 돌파할 때도 공간이 넓어진다"고 거들었다.
전성현은 "아직 이명은 그대로다. 아까도 통증이 있어서 진통제를 먹고 뛰었다"면서도 "이 문제로 출전하지 않는 일은 이제 없다. 내가 뛰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팀에 경험이 많은 선수,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없다. 정현이와 로슨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외곽에서 다른 선수들이 도와줘야 하는데 다들 긴장한 것 같다"고 했다.
출전하겠다고 장담했지만 얼마나 뛸지는 미지수다.
김승기 감독은 이날 전성현은 본인이 원하는 만큼 출전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전성현은 "감독님께 내가 뛰어야 할 순간마다 들어가겠다고 말씀드렸다. 사실 지금도 힘들다"며 "4쿼터에 들어가야 하나 계속 조마조마했다. 정현이가 잘 해줘서 다행히 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절대 포기할 수 없다. 팬분들도 많이 오셔서 선수들이 죽기 살기로 뛰었다"며 "울산에서 열리는 5차전에 승리해서 꼭 4강 PO로 가야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