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 시즌 초반 선두를 달리는 SSG 랜더스와 공동 2위 NC 다이노스, 두산 베어스 세 팀에는 외국인 투수 1명이 아직 KBO리그에 데뷔하지도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SSG가 1선발을 기대하고 데려온 왼팔 에니 로메로는 어깨 통증을 이유로 언제 던질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산의 딜런 파일은 2월 호주 스프링캠프 때 타구에 머리를 맞아 재활 중으로 5월 중에나 마운드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NC의 테일러 와이드너는 허리 디스크 증세로 17일 재검진을 하고 이후 훈련 스케줄을 결정한다.
세 선수의 부상이 길어지면서 김원형 SSG 감독, 강인권 NC 감독, 이승엽 두산 감독은 어두운 표정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각각 다른 방식으로 위기를 이겨내고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에이스 김광현마저 어깨 염증으로 11일 1군 엔트리에서 빠진 SSG는 강력한 불펜으로 5연승을 거두고 1위에 올랐다.
팀이 거둔 6승 중 절반인 3승을 책임지고 5홀드와 4세이브를 합작한 SSG 불펜은 평균자책점 0.68이라는 짠물을 뽐낸다.
공이 더 빨라져 만 40세에 회춘했다는 평가를 듣는 왼손 투수 고효준, 39세 우완 베테랑 노경은이 중심을 잘 잡은 덕이다.
NC는 와이드너 없어도 팀 평균자책점 1위(2.31)를 질주 중이다. 불펜 평균자책점도 1.26으로 무척 양호하다.
무엇보다도 선발진이 안정됐다. 빅리거 새내기 에릭 페디가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벌이며 1선발의 몫을 100% 이상 해냈다.
구창모가 아직 기대에 못 미치지만, 신민혁과 송명기 두 토종 우완 투수가 한 뼘 성장한 투구로 선발진을 든든하게 지탱한다.
송명기는 1승에 평균자책점 0, 신민혁은 2승에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 중이다. 페디와 더불어 두려움 없이 공을 던지는 선발 삼총사의 기세가 무섭다.
두산은 마운드의 약점을 공격으로 풀어간다.
'국민 거포' 이승엽 감독의 부임 이래 두산의 트레이드 마크인 '발 야구'가 부활 조짐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전체 팀 도루에서는 독보적인 1위(18개) LG 트윈스의 절반에 불과하나 정수빈, 허경민 등 30대 초반 주루 센스 넘치는 베테랑들이 3개씩 도루를 기록하며 뛰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팬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올 시즌 붙박이 유격수로 가능성을 타진하는 발 빠른 이유찬이 본격 가세하면 한 베이스를 더 가고 한 베이스를 더 훔치는 두산 '육상 야구'가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
다만, 순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5월 이후에도 세 팀이 상위권에 머물려면 전력에서 빠진 외국인 투수가 하루빨리 돌아와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전력이 완전체를 이루는 시점에서야 세 감독은 제대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