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취임 후 구단에 자유계약선수(FA) 양의지 영입을 강력하게 요청한 이유는 간단했다.
마운드와 타선, 수비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승엽 감독은 국내 최고의 포수 양의지를 영입하면 공수 전력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두산이 양의지 영입에 계약기간 4+2년, 최대 152억원의 역대 FA 최고액을 베팅한 이유다.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는 양의지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두산의 선발 투수는 좌완 최승용이었다. 그는 지난 5일 NC 다이노스전에서 극심한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1⅔이닝 8실점으로 부진했다.
두산은 최승용을 대체할 만한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최승용을 다시 한번 믿고 기회를 주는 수밖에 없었다.
최승용은 이날도 경기 초반 흔들렸다. 키움 선두타자 김혜성에게 2구 연속 볼을 던진 뒤 우전 안타를 얻어맞았다.
이후 이형종에게도 볼 2개를 내리던졌다. 제구가 잡히지 않았다.
최승용은 1회에 실점했고, 2회 김휘집에게 홈런을 허용해 추가 실점했다.
양의지는 이런 최승용에게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저 빠른 템포로 공을 던지도록 유도했다.
복잡한 생각을 버리고 자신 있게 공을 던지라는 무언의 조언이었다.
양의지는 "지난 경기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기에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찾을 수 있도록 공을 잘 잡아주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양의지의 무심한 듯 빠른 리드는 최승용이 압박감을 떨쳐내고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최승용은 3회와 4회를 연속 삼자 범퇴로 막아내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6명의 타자 중 4명의 타자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양의지는 타석에서도 빛났다. 2회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송승환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백미는 3-3으로 맞선 7회였다. 그는 1사 만루 기회에서 상대 팀 세 번째 투수로 나선 문성현의 높은 직구를 감각적으로 밀어 쳐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폭발했다.
양의지는 이날 1개의 안타를 쳤지만, 이 안타가 승부를 가르는 결승타였다.
그는 "만루엔 상대 투수가 밀어내기 볼넷을 주지 않으려고 스트라이크 존 안에 공을 밀어 넣는다"며 "희생타라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스윙한 것이 운 좋게 적시타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두산은 양의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키움을 6-4로 꺾었다.
사실 양의지는 다소 힘들게 시즌을 시작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여파로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주변의 큰 기대도 부담이 됐다.
경기 후 만난 양의지는 "사실 나도 걱정을 많이 했다. 실제로 아픈 곳도 많다"며 웃은 뒤 "트레이닝 코치님들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은 것 같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양의지는 두산 팀 전력에 관한 주변의 낮은 평가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그는 "많은 전문가는 두산을 5강 후보로 꼽지 않았다"며 "선수들이 부담 없이 경기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