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지난해 135명의 사망자를 낳은 인도네시아 축구장 압사 사고 후 약 6개월 만에 열린 문제의 두 팀 간 첫 리그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프로축구(BRI 리가1) 28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페르세바야 수라바야가 아레마FC를 1-0으로 꺾었다.
두 팀은 각각 수라바야와 말랑을 연고지로 하지만, 대관·안전 문제로 경기는 중립 지역인 수도 자카르타의 PTIK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이 경기장은 현지 경찰청 소유다. 경기는 무관중으로 진행됐으며, 일부 기자·구단 관계자·안전 요원을 빼면 입장이 허가되지 않았다.
경찰 수백명이 경기장 주변에 배치됐으며, 6개월 전 참사가 커진 원인으로 지목된 최루탄 장비도 목격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본래 이 경기는 지난달 초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양 팀 팬들 사이 적대적 감정이 가라앉지 않아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고 판단한 경찰이 연기했다.
지난해 10월 1일 동자바주 말랑 리젠시 칸주루한 경기장에서 열린 두 팀의 경기에서는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최악의 참사가 벌어졌다.
홈팀인 아레마가 2-3으로 패하자 흥분한 관중들이 경기장으로 뛰어들었다.
이를 막으려던 경찰은 최루탄을 사용했고, 이를 피하려던 관중이 출구로 몰리면서 뒤엉켜 넘어져 135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합동진상조사단을 꾸렸고, 조사 결과 최루탄으로 인해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런 사고를 우려한 국제축구연맹(FIFA)이 장내 최루탄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경찰이 이를 어긴 것이다.
이와 관련 과실 혐의를 받은 아레마의 경기조직위원장이었던 압둘 하리스가 지난달 징역 1년 6개월, 경기장 보안 관리인 수코 수트리스노가 1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현장 경찰 지휘관 등도 기소돼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6개월 만에 페르세바야와 맞붙은 아레마의 조코 수실로 감독은 경기 후 트라우마를 겪는 일부 선수가 정상적으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술 등을 준비했지만 정신적인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날 페르세바야가 후반 34분 선제골을 지키면서 승리를 따냈다. 아레마는 후반 추가 시간 페널티킥을 얻었지만, 실축하며 승점을 챙기지 못했다.
페르세바야(14승 7무 12패·승점 49)는 7위에, 아레마(12승 6무 15패·승점 42)는 11위에 자리했다.
지난달 말 20세 이하(U-20) 월드컵 개최권이 박탈되는 등 최근 인도네시아 축구계에 연이은 악재가 닥쳤다.
정치권이 정치·종교적 명분을 내세우며 대회를 둘러싼 외교적 마찰을 빚어온 데 따른 FIFA의 결정이다. 특히 이스라엘과 갈등이 문제가 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슬람 형제국' 팔레스타인을 박해하는 본선 진출국 이스라엘 선수단의 입국을 거부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일부 강성 무슬림이 선수단 입국 시 납치를 강행하겠다 협박하자 FIFA는 결국 유치권을 박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