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세계 야구 최강국 결정전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진화하고 있다.
대만 타이중에서 12일 가장 먼저 끝난 A조 본선 1라운드는 현재 진행 중인 세계 야구 평준화를 살필 좋은 기회였다.
대만, 쿠바, 네덜란드, 이탈리아와 예선을 거쳐 올라온 파나마 등 5개 나라가 경쟁한 A조에서 역대급 대혼전 끝에 쿠바와 이탈리아가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본선 1라운드 마지막 날인 12일, 쿠바가 대만을 7-1, 이탈리아가 네덜란드를 7-1로 각각 제압해 다섯 나라가 모두 2승 2패로 동률을 이루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결국 최소 실점률(실점/수비 아웃카운트 총합)을 따져 가장 실점을 적게 한 쿠바가 1위, 이탈리아가 2위를 차지했다.
네덜란드, 파나마, 대만은 명승부를 펼치고도 아쉽게 3년 후를 기약해야 했다.
특히 조 5위에 머문 대만은 2026년 WBC에는 예선을 거쳐 본선행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조별리그 4위까지는 다음 대회 본선에 자동 출전한다.
2013·2017 WBC에서 연속해 4강에 진출했던 네덜란드는 이번에는 1라운드 고비를 못 넘고 일찍 짐을 싸 이변의 최대 희생양이 됐다.
쿠바(4-2), 파나마(3-1)를 연속 격파해 2승으로 조 1위를 달리던 네덜란드는 대만(5-9)과 이탈리아에 큰 점수 차로 연패한 바람에 다 잡은 8강 티켓을 놓쳤다.
네덜란드는 산더르 보하르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거나 전에 뛰었던 선수들을 망라해 쿠바와 더불어 A조에서 가장 전력이 좋은 팀으로 평가받았기에 탈락이 더욱 뼈아프다.
야구계에서는 외곽으로 평가받는 유럽에서 꽤 야구하는 나라로 알려진 이탈리아는 쿠바(6-3)와 네덜란드를 물리쳐 '강팀 킬러'로 주가를 높였다.
WBC에서 14년 만에 본선에 올라온 파나마는 대만을 12-5로 대파하고 5전 6기 만에 본선 첫 승리를 거뒀으며 이탈리아를 2-0으로 제압해 만만치 않은 '도깨비 팀'으로 인정받았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A조 결과는 나라별 실력 차가 크게 줄어들었음을 상징한다.
전력에서 상대 팀에 뒤지더라도 토너먼트 한판 대결이라면 어느 나라든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각 나라에 크게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약자가 강자를 꺾는 이변이야말로 스포츠의 재미를 배가하는 흥행 요인인 만큼 WBC의 성공 가능성을 A조 대혼전이 여실히 증명했다.